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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연주

박소현 피아니스트
박소현 피아니스트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미증유의 시간이 어느덧 1년을 지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 코로나 사태는 특히나 청중과의 대면이 중요한 음악예술계에 더욱 가혹하게 휘몰아쳤다.

보건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많은 연주단체와 공연장을 주춤하게 만들었고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기 시작하며 침잠하였다. 처음 겪는 사태에 모두들 적잖이 당황하였지만 그러나 곧 발빠르게 화상 수업이나 회의에서만 사용되던 영상중계를 이용하여 '무관중・비대면 연주'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연주 실황을 중계하거나 녹화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있던 일이었지만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영상을 제외하고 온전히 연주 자체가 무관중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이었다.

필자도 작년 한 해 비대면 연주로 몇 번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대부분의 연주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비대면으로라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였고, 평소와는 다르게 중계용으로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와 많은 스태프들이 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니며 무대 설계를 하는 것을 보고 설렜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막상 연주를 시작하고 현장에서 청중과의 교감이 없으니 어색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무대에서 인사를 하는데 텅 빈 객석을 바라보니 마치 시공간이 분리된 다른 차원에 혼자 동떨어진 기분마저 느꼈던 것 같다.

비대면 연주를 접했던 청중들은 어땠을까? 연주장을 찾기 힘든 상황에 아쉽지만 이렇게나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지만 역시나 현장감을 느끼기엔 다소 아쉬웠고 오히려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연주장이 더 그립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중계에 의존하는 비대면 연주회가 앞으로의 많은 연주들을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연주자인 내가 감히 있다 없다를 논하기보단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을 할 수 있겠다. 공연예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현장에서 느껴지는 생동감과 연주자와 청중이 같은 시간과 공간속에서 감정을 공유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대면 연주는 소리와 감정의 전달방식에 있어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대면이 우선시되는 공연은 결국 시간이 지나 이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어야 완벽히 해결될 문제이기에 참 속상하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연주자와 공연장들이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헤쳐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에 비록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거리두기를 병행하는 대면 연주도 서서히 다시 시행하고 있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음악인들이 조금 더 힘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곧 마스크를 벗고 예전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마음껏 연주회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박소현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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