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졸속 탈원전 불똥 튄 영덕 외면하는 文정부의 무책임함

산업통상자원부가 29일 제67회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영덕군 천지원자력발전소 예정 구역 지정 철회를 심의 의결했다. 천지원전 건설 공식 백지화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이번 결정은 예고된 수순이어서 쓴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쇠귀에 경 읽기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원전 건설 결정 및 백지화 과정에서 영덕군과 지역민들이 받은 피해마저도 정부가 모른 척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영덕군에 이미 교부한 원전 유치 특별지원금 380억 원을 회수하기로 한 것은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전형이다. 영덕에 원전을 짓지 않게 됐으니 기지급한 인센티브를 되돌려받겠다는 것인데, 누구식 표현처럼 좀스럽고 민망스럽다. 주지하다시피 영덕은 천지원전 건설 이슈로 지난 10년 동안 많은 풍파를 겪었다. 원전 건설 찬반 양론으로 나뉜 민심 분열 후유증도 아직 남아 있다.

"일방적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 경제 피해가 3조7천억 원에 이른다"는 영덕군 주장도 엄살로만 치부할 수 없다. 정부가 전 정부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데 따른 피해를 기초 지자체와 지역민이 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 정책을 따랐을 뿐인 영덕군에 귀책 사유가 없다는 점은 상식적 판단이다. 특별지원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법은 원인 제공자(정부)가 찾아야 할 몫이다.

더구나 천지원전 예정 부지에 편입됐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10년 가까이 재산권이 묶인 땅도 전체 면적의 81.5%나 된다. 이에 대한 보상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행법상 토지 보상이 어렵다면 해당 부지를 국책사업단지로 지정해 달라는 영덕군의 요구에 정부는 귀를 열 필요가 있다. 국민은 졸속 탈원전 정책의 총알받이가 아니다. 정부의 '법 타령'은 '해 줄 의지가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로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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