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상상여행을 계획하다 던진 단순한 질문에 되돌아온 답은 꽤 사나웠다. "네가 뭘 얼마나 안다고."
사막 여행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버킷리스트에 한 항목을 더 추가하는 것 정도의 무게감에 불과했다. 밤이 되면 별똥별이 쏟아지고, 어딘가에서 사막여우는 귀를 쫑긋거리며 숨어있는 곳.
그런 장면은 내 청춘을 낭만적으로 장식할 만했다. 이 시국을 핑계로 무한히 밀리는 이 상황도 꽤 괜찮았다. 사막이란 장소는 가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어도 충분히 그럴싸한 여행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뭘 얼마나 안다고 사막을 건너려고 하냐"는 그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런 날카로운 대답을 듣고 나니 뭘 좀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가장 먼저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구해야 했다. 직관적으로 떠오른 수단은 낙타였다. 그러나 사막을 낙타로 건너는 건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일 뿐이다. 현실적인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자동차와 내 다리. 이 두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상상 여행 속의 나는 튼튼한 지프차를 구했다.
그 다음엔 식량이 문제였다. 잘 보존되면서도 먹기 간편한 것. 나는 수많은 레토르트 식품 중에서 발열 기능이 있는 전투식량 종류를 택했다. 며칠 정도는 이것만 먹어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부피를 줄여 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했다. 나는 내 자동차의 짐칸에 2리터짜리 페트병을 수십 개 실었다.
밤이 되면 잠을 자야 한다.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숙소는 존재하지 않으니 내가 짊어지고 가야만 했다. 나는 방한이 잘 되는 튼튼한 텐트를 골랐다. 이제 밤마다 텐트가 주는 작은 공간에 옹송그리고 잠을 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도달했다. 매일 갈아입어 청결한 상태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의복 본연의 기능만 충실하면 된다. 몸을 보호하는 기능 말이다. 사막의 낮은 뜨겁다. 맨 살갗은 화상을 입을 정도다. 긴 옷을 입어 안에서 땀을 흘리는 게 화상보다 낫다. 나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긴 소매의 옷을 골랐다.
'먹을 것, 탈 것, 잘 것, 입을 것'
사막을 건너기 위해 필요한 건 의외로 단순하게 정리됐다. 지도와 나침반, 카메라는 모두 스마트폰에 있기 때문에 따로 챙기지 않았다.
상상여행 안에서 나는 여러 번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 어떻게든 죽지 않을 방법을 찾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막을 건널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드디어 내가 뭘 얼마나 아는지 대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무언가를 안다는 건 이토록 쓸모 있다.
이제부터 나는 그거 알아서 뭘 할래, 라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아직도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하는 그런 질문들 말이다. 진짜로 사막을 건너느냐, 건너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방법을 생각이라도 해보았는가 하는 점이다. 수백 번 실패했다가 결국 사막을 무사히 건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렇게 찾아낸 각자의 방법을 품고 있다는 것. 그건 사막이 품고 있는 오아시스만큼이나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
이나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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