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연대기
이학종 지음/불광출판사 펴냄
'이 세상은 무상하고, 무상하기에 고통스럽습니다. 영원한 것이란 어디에도 없으니, 몸뚱이 또한 본래 덧없는 것입니다. 한세상을 산다는 것, 환상과 같고 타오르는 불꽃과 같고, 물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습니다.'(책 본문 중에서)
책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저술된 '붓다의 생애' 중에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어나서 깨달음을 얻고 법을 전파하고 열반에 들기까지 80년 그의 전 생애가 대하소설처럼 펼쳐진다.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사건은 물론, 생략되었던 맥락이 상당 부분 복원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주된 내용은 초기 불교 경전이 니까야에 근거했으며 후대에 나온 주석서 등을 참고해 지었지만 경전을 그대로 옮겨놓기보다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경전의 내용을 풀어 엮어 가독성을 높이는데도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빛나는 대목은 그동안 붓다의 생애나 전기에서 애써 외면해왔던 여성 출가자들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다. 전체 8개장 중 아예 1개장은 여성 수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으며 다른 장에서도 여성 수행자들의 수행과 깨달음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붓다의 속가 양모 고따마나 당시 유명했던 기녀 암바빨리 등은 물론 빔비사라왕의 왕비 케마, 설법에 뛰어났던 담마딘나처럼 출가해 위대한 비구니가 되었던 인물에서부터 위사카 같은 여성 재가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내용이 '사건'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흔히 붓다의 전기에서 빠져있던 것들 중 중요한 것은 붓다가 무엇을 얻으려고 했으며, 어떻게 얻으려고 했는지, 무엇을 얻었으며 어떤 경지에 머물렀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었다. 책은 출가 후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이전의 성자들인 알라라 칼라마, 웃다까 라마뿟다 밑에서 수학하며 다다랐던 경지인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과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과 더불어 고행을 하면서 얻게 된 체험의 경지 등 붓다가 지향한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에 대해 자세히 밝혀놓았다. 게다가 붓다를 따라 함께 수행했던 많은 제자들의 수행과 체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여 붓다의 생애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었는지를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잘 들어라 비구들이여. 내 그대들에게 간곡히 이르노라. 형성된 모든 것은 끝내 소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諸行壞法) 방일하지 말고 힘써 정진하라."
붓다의 가르침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952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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