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구석에 텃밭을 만들고 나니 주위에서 흙을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성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검사 결과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성분인 질소, 인, 칼륨이 턱없이 부족했다. 시멘트로 가려진 척박한 도시 땅에 영양분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비료를 쓰기는 싫었다. 야생에서도 그냥 식물들이 자라는데 인간이 너무 보호를 해서 식물들의 자립성을 해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땅에 식물을 심었더니 확실히 성장이 느렸다. 나무는 죽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 치고, 채소는 크기가 작았고 특히 열매를 맺는 채소는 열매가 달리자마자 쭈그러들면서 떨어져 버렸다. 농부들같이 퇴비를 만들어 사용할 수도 없었고, 기껏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흙을 사용했지만 열매는 아예 맺히지를 않았다. 그래서 토마토 등 열매 맺는 채소 재배를 포기해 버렸다.
1798년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하면서 식량 문제를 언급했다. 100년이 지나 맬서스의 주장대로 점차 식량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1800년대는 과학의 시대였다.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하고 산업에 반영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되었기 때문이었다.
식물을 키우는 비료는 독일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식물이 자라는 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질소는 공기 중에 무궁무진하게 있지만, 워낙 단단한 2중 구조로 묶여 있어 분리가 어려웠다. 촉매제를 이용하고 고온으로 처리하면서 화학자 하버는 질소 분리에 성공했다. 여기에 물에서 분리한 수소를 붙여 암모니아를 만드는 기계는 보슈가 개발했다. 그렇게 질소비료는 하버-보슈 공법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질소비료 덕분에 식량 문제는 일시에 해결됐다. 그 당시 16억 명이던 지구 인구는 현재 70억 명이 되었지만 기아를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 나고 오히려 비만을 21세기 최고 적이라고 하고 있다. 인구론은 50년 전 우리 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진실이었지만 현재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질소비료 탄생 과정과 고등학생 때 배웠던 화학 원자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비료 사용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과학이 만든 성과는 무시하고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요사이 넘쳐 나고 있다. 발달된 기술을 포기하고 원시시대같이 돌아가야 해결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과학적인 사실을 공부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질소비료의 경우 질소는 그냥 질소다. 다른 의미가 없다. 퇴비에서 생긴 질소나 공기에서 분리한 질소나 똑같은 질소다. 하수도 물을 정화해서 깨끗한 물이 되었다면 원자 차원에서 얘기하면 중금속이나 다른 오염물질들만 없으면 물은 물이다.
현재 나는 농사에 질소비료를 사용하지 않지만 대량 재배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비료의 과다한 사용 때문에 생긴 질산염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는 질소비료의 문제가 아니라 과다한 사용이 문제다. 즉 인간의 문제다.
과학이 현대문명의 많은 부분을 발전시켰다. 부작용이 있다고 과거의 불편한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해결도 과학이 답이다.
코로나19 발생과 백신에 대한 음모론 등 소문이 무성하다. 코로나의 원인이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해서 생긴 것은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해결은 방역 수칙 준수와 백신을 포함한 과학적인 방법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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