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LH 사태' 책임 전가하나?"…교사·말단 공무원 '부글부글'

"사명감 하나로 일하는데"…정부, 全 공무원 재산등록 조치에 집단 반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와 학생들이 재산이 많거나 적은 것을 두고 수군거릴 것인데, 재산 공개가 말이나 되나요."

대구의 초등학교 교사 A(30) 씨는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인데 어떻게 내부 개발 정보로 투기를 할 수 있냐"며 "교권도 실추된 상황에서 사명감 하나로 일하는데 재산까지 공개되면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대책으로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재산등록 의무화 카드를 꺼내들자 공직사회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은 4급 이상부터 대상(23만 명)이지만, 앞으로는 9급 공무원까지 범위(110만 명)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책에 논란이 일자 정부는 재산 자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지방직 9급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토로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2년 차 공무원 B(30) 씨는 "초본과 등본 떼주고 신분증 발급해 주는 업무가 대부분인데 부동산 투기를 어떻게 하느냐"면서 "LH 사태에 대해 개발과 관계 없는 말단 공무원까지 연대 책임을 지게 하는 것 같아 서럽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게 아닌가 하는 반응도 나왔다. 구청 공무원 C(41) 씨는 "LH 사태로 이번 서울·부산 선거에서 불리해진 정부·여당이 국민 분노를 잠재우려 일선 공무원을 타깃으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지자체 공무원·교사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월 200만원 받는데, 재산공개하기 부끄러운데 어떡하냐', '교장·학부모에게 내 재산을 왜 공개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공시생 커뮤니티에도 '입봉 때부터 평생 월급 박제되는 거냐'는 글이 올라왔다.

조창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하위 공무원은 코로나19로 현장에 투입돼 헌신하고 있다. 그런데 마치 잠재적 범죄자인 것처럼 매도당하는 현실에서 자괴감이 든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부패에서 오는 국민적 분노를 공직사회에 돌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상희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수십차례 발표된 부동산 정책이 헛바퀴를 돈 것을 왜 선생님들에게 전가하는지 의문이다"며 "재산공개 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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