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운동권 586 빨대론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4·7 보궐선거판에서 '문재인'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소속 당명을 뺀 점퍼를 입고 유세를 다닌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을 관통하던 '문재인 (보유국) 마케팅'이 자취를 감춘 것을 보니 유권자들의 심판이 참으로 준엄하다.

정권마다 공과가 있기 마련이건만 문 정권은 지난 4년간 무엇을 이뤘는지 손꼽을 만한 게 없다. 북핵 문제는 한 치의 진전도 없고 'K방역'이라 자찬하던 코로나19 사태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국민 피로와 원망이 쌓여 가고 있다. 검찰 개혁을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국민들이 본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안달이 난 집권 세력의 온갖 무리수였다.

거기에 부동산 폭등이 기름을 부었다. 참다못한 국민들이 회초리를 매섭게 들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 가까이를 가져간 집권 세력의 폭주와 무능으로 인해 나라 꼴이 갈수록 엉망이 되니 분노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화들짝 놀란 민주당은 당 대표 등 지도부가 사과하는 게 주요 일정이 됐다. 하지만 국민이 왜 이토록 화났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현 정권의 실패를 깊이 들여다보면 속칭 '운동권 586'의 내로남불과 만나게 된다. 애초에 권력 의지가 희박한 사람의 등을 떠밀어 국정 총책임자로 앉혀 놓은 뒤 이들은 여기저기에 빨대를 꽂아 권력의 달콤함을 만끽했다. 세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자신들만이 옳다는 선민주의에 갇힌 그들이 정작 권력을 잡은 뒤에는 뒤로 호박씨를 까니 국민들이 위선적 행태에 학을 떼고 있는 것이다.

집권 세력의 총체적 실패이지만, 결국 문 대통령의 실패다. 그것이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져야 할 숙명이다. 게다가 총체적 국정 실패의 가장 큰 축대를 쌓은 사람이 그 자신이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운동권 586을 내치지 못하고 그들에 둘러싸여 잘못된 정책을 되풀이해 온 과오가 너무도 크다.

정치권에서는 요즘 문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고향 양산 사저로 내려가는 것에 관심이 쏠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퇴직일을 기다리는 공직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1년은 짧지 않은 시간인데 퇴임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대통령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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