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국, 버마와 미얀마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한국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얀마에 들러 당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1950년, 북한 남침으로 전쟁을 치르던 한국에 5만 달러 상당의 쌀을 원조해 준 사실을 떠올리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식민 지배와 민주화 투쟁이라는 두 나라 역사 속 고통스러운 공통점을 떠올리며 유대와 연대를 강조했다.

두 나라는 70여 년 전 이런 사연을 간직한 나라였지만 아름다운 선연(善緣) 말고 악연(惡緣)도 있다. 옛 버마 시절인 1983년 10월 9일,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 국립묘지 폭파 사건으로 경북 성주 출신 서석준 부총리 등 대통령 수행원 17명이 죽고 14명이 다쳤다. 선연과 악연 모두 북한과 얽힌 두 나라의 현대사이다.

이런 뒤섞인 사연의 미얀마에서 지난 2월 1일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400명 넘는 국민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여러 한국인이 그들과 아픔을 나누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대구 자매도시인 일본 히로시마 시민단체는 물론, 국내 거주 동남아 4개국(미얀마·스리랑카·캄보디아·베트남) 사람과 함께하는 고통 나눔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국제분과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는 국채보상운동의 나눔 정신을 되새기며 미얀마 민주화 활동 희생자를 돕는 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최 변호사 등은 불복종 뜻의 세 손가락을 새기거나 양국 국기에 '시민불복종운동 지지' 등 글귀를 넣어 만든 나비 모양 휘장(배지)을 팔아 수익금을 전하기로 했다.

북한으로 인한 두 나라의 좋고, 나빴던 인연 위에 이젠 미얀마 군부의 양민 학살이란 불행한 사태로 대구경북이 미얀마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듯, 무엇보다 국채보상운동의 나눔 정신을 이어온 대구경북 사람이 나눔의 나라 밖 실천에 나서니 두 나라 민간 교류에 돌다리를 하나 더 놓는 일 같아 올 4월의 출발이 남다르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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