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목없는' 식목일…국민 41% "나무 심어본 적 없어"

산림청 3월로 변경 방안 추진…날짜보다 공감대 중요
기회 적고 장소 찾기 어려워…기념일 보여주기 행사 될 수도

지난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유아교육진흥원에서 열린
지난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유아교육진흥원에서 열린 '2021 유아와 함께하는 자연사랑 식목일' 기념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식목일 날짜를 변경하는 것보다 나무 심는 기념일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산림청이 식목일(4월 5일)을 3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인 가운데 시민들이 실제로 나무를 심는 진정한 식목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산림청이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민 1천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2%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식목일 3월 변경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6.0%가 찬성했다. 식목일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 '3월에 나무를 심는 것이 더 적합'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념일을 앞당겨도 실제로 대다수 시민들이 나무를 심기 보다는 '기념일 이벤트성 행사'에만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다수 시민들이 정작 어디에 어떤 나무를 심어야할지 등 나무 심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인식조사에서도 '나무를 심어볼 기회가 없었다', '나무를 심을 만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라는 이유로 '나무를 심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이 전체의 41%에 달했다.

이모(28) 씨는 "어렸을 때부터 식목일은 '쉬는 날'이라는 인식이 컸고 한 번도 나무를 심어본 적이 없다. 관공서가 나서서 나무를 심는 등 보여주기용 행사에 그치는 게 현실 아니냐"며 "기념일을 바꿔도 정작 나서서 나무를 심는 시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나 역시도 당장 나무를 심으라면 어디에 무엇을 심어야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의 한 묘목 판매업에 종사하는 심모(58) 씨도 "15년 전쯤에는 학부모들이 자녀와 나무를 심는다고 찾아왔지만 이젠 식목일에 나무를 사러 오는 사람들은 굉장히 드물다. 그만큼 시민들한테 와닿지 않는다는 의미다"라며 "간혹 나무를 찾는 일부 가족들이 되레 나무를 어디에 심으면 되는지 물어 대답하기 곤란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맞게 식목일을 앞당기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나무가 잘 자라도록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식목일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관건이다"며 "단지 앞당겨진 식목일을 맞아 홍보성 행사에 그치는 등 기념일에만 국한되는 순간 식목일 환경보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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