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암호화폐 ‘영끌’ 투자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암호화폐(가상화폐)의 기세가 심상찮다. 대표 주자 격인 비트코인은 4일 국내 시장에서 장중 7천500만 원을 넘어섰고 미국에서도 5만9천 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해 개당 0.000994달러에 첫 거래된 점을 상기하면, 12년 세월 만에 6천만 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2010년 5월 한 미국인은 1만 비트코인을 주고 피자 두 판을 사 먹었다. 당시 1만 비트코인의 시세는 40달러 안팎이고 피자 두 판 가격이 30달러 정도였으니 그때로서는 나쁜 거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비트코인을 피자와 맞바꾸지 않고 지금껏 보유했다면 계좌 평가액이 5억9천만 달러(한화 6천660억 원)로 불어나는 기적을 경험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했다는 가정 아래의 산술 수치일 뿐이다. 변동성 큰 암호화폐를 10년 동안 묵혀 둘 간 큰 사람은 거의 없다. '본의 아니게 못 팔아서' 대박 난 사연은 있다. 우리나라 검찰이다. 수원지검이 2017년 4월 음란물 사이트로부터 191비트코인을 몰수했는데 당시 암호화폐 처분에 관한 법이 없어서 보관만 하고 있다가 관련법이 정비된 지난달 매각해 국고에 귀속했다. 몰수 당시 2억7천만 원이던 가치는 4년 만에 122억9천만 원으로 45배 폭등했다.

암호화폐 성공담이 회자되면서 속칭 '동학개미'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시장 과열이다. 특히 20, 30대 젊은 세대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몰입하는 것이 그렇다. 월급만 갖고 재산을 불리지 못하는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지만, 너무나 변동성 큰 분야에 속칭 '몰빵' '영끌' 투자까지 마다 않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이 24시간 연중무휴로 열리다 보니 시세 모니터링하느라 다른 일을 거의 못 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은 대세 상승장이라서 괜찮지만 언제 하락장으로 전환돼 고통과 불면의 밤을 안겨다 줄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할 청춘기를 암호화폐에 바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고(高)리스크 투자와 도박은 동일한 뇌 내 메커니즘을 띤다. 중독이라는 면에서 둘은 같다. 암호화폐 투자 과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환기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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