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살기위해 이혼…신장투석으로 가난한 두 아들과의 삶

만성 신부전증으로 병원비 감당 못해 이혼, 아픈 몸 이끌고 일하다 쓰러져
원래 살던 집에서 쫓겨나 두 아들과 원룸 생활, 신장 투석으로 돈 못 벌어…

박영아(가명·47) 씨와 두 아들 김재호(가명·13)·재영(가명·9) 군이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박영아(가명·47) 씨와 두 아들 김재호(가명·13)·재영(가명·9) 군이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말이라도 좀 해주지…. 아플 때 아프다고 해주지…."

"뭐하러 이야기하노. 먹고 살기 바빴다 아니가."

한밤중 이혼한 남편 김순호(가명·47) 씨의 전화가 왔다. 술을 한잔했는지 평소 무뚝뚝한 성격이었던 순호 씨는 미안한 감정을 아내 박영아(가명·47) 씨에게 쏟아낸다.

둘은 살기 위해 이혼했다. 공장에 다니며 두 아들을 키우던 이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하지만 3년 전 영아 씨가 신장이 망가지면서 그만 쓰러졌다.

가세는 계속 기우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못 됐다. 영아 씨는 남편만이라도 잘 살길 바라며 각자의 길을 걷자고 했고 본인은 두 아들과 함께 남았다.

◆병원비 감당 못 해 이혼, 아픈 몸 이끌고 홀로 아들 키워

장녀였던 영아 씨는 툭하면 외도에 가출을 일삼는 아버지가 미워 스무 살 때부터 집을 나와 홀로 생활했다. 대구, 수원, 광주 등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직장을 다니다 남편을 만났고 첫 아이가 생겨 지난 2010년 결혼했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 정착한 영아 씨. 둘째 아들도 태어났고 영아 씨 역시 곱창, 닭발, 일회용품 그릇 공장에 다니며 나름 가정을 잘 꾸려왔다. 그러던 중 영아 씨는 한동안 호흡 곤란에 시달렸다. 평소 고혈압, 당뇨, 빈혈이 있었던 터라 가볍게 넘겼지만 상태는 나날이 심각해졌다. 느지막하게 찾은 병원에서는 큰 병원에 빨리 가라는 소리만 해댔다. '만성 신부전증'이었다.

치료는 당장 어려웠다. 병원비는 물론 차비, 약값도 만만치 않았다. 영아 씨는 얼마 없는 약을 쪼개 먹으며 간신히 버티고 버텼다. 열심히 돈을 버는 남편에게도 미안해 몸 상태를 숨기기 바빴다. 그러던 중 불행이 겹쳤다. 이듬해 남편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인공관절 수술을 앞두게 된 것. 돈이 더 이상 감당이 안 되자 모두가 살기 어렵다는 판단에 2년 전 부부는 갈라섰다.

두 아들 재호(가명·13)·재영(가명·9) 군과 남은 영아 씨. 아픈 몸을 이끌고 악착같이 공장을 다녔다. 하지만 영아 씨는 방치해 둔 병으로 결국 쓰러졌다. 급히 투석 혈관 수술을 받은 그는 이제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투석 생활로 돈 못 벌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영아 씨는 늘 불면증에 시달린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본인의 앞날을 그려보다 외로이 남겨진 두 아들의 모습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살던 집에서 퇴거명령을 받아 급히 이사를 해야 했지만 없는 형편에 원룸 이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보증금마저도 없어 이웃 동생에게 빌렸다. 방 한 칸뿐인 이곳, 아이들은 커 가는데 새 옷을 살 수 없어 매일 똑같은 옷, 남에게 얻은 옷만 입힌다. 전 남편 역시 아이들 간식이라도 사 먹이라며 1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보내지만 본인도 형편이 안 돼 그 돈마저 주지 못할 때가 많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영아 씨에게는 아이들이 전부다. 친정 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데다 장녀임에도 잘 살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더 이상 친정에 전화하기도 눈치가 보인다. 전 남편 역시 얼른 좋은 여자를 만나 앞길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에 일부러 연락하지 않는다. 갑자기 변해버린 생활에 하루에도 수십 번 삶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크지만 엄마가 없어질까 옆에 꼭 붙어있는 아들을 생각에 그는 외로운 싸움을 버티고 있다.

투석이라도 안 받았으면 생활이 좀 낫지 않았겠냐는 영아 씨. 일주일에 세 번씩 4시간을 투석 받고 오면 진이 빠질 대로 빠져버린다. 투석만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돈을 벌러 나갔겠지만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부업거리를 살펴보지만 일감도 없다. 그렇게 멍이 가득한 왼팔에 주삿바늘을 꽂기가 싫어 한참 주위를 배회하다 억지로 병원에 들어간다.

그런 영아 씨에게 주위 이웃들은 어떻게든 살라며 손을 내민다. 아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주는 분식집 언니, 공짜로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큰아들의 태권도 사범…. 갚아야 할 은혜가 많다는 그는 금세 약해진 마음을 다시 다잡아본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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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 전달 내역]

◆ 홀로 자녀 키우며 평생 일만 하다 폐암에 걸린 김덕상 씨에 1,903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아내와 이혼을 한 뒤 홀로 자녀들을 키우며 평생 일만 하며 살아왔지만 얼마 전 폐암에 걸려 약값이 없는 김덕상(매일신문 3월 23일 자 10면) 씨에게 1천903만5천8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오미경 5만원 ▷진국성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강준 3만원 ▷이상규 2만원 ▷문민성 1만원 ▷이영수 1만원 ▷유명희 5천원 ▷이진기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남편과 이혼한 뒤 네 자녀와 모자원에서 생활하는 최은숙 씨에게 1,984만원 성금

경제적 문제로 남편과 이혼을 했고 네 자녀와 모자원에서 생활을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돼 일을 못하고 있는 최은숙(매일신문 3월 30일 자 10면) 씨 사연에 50개 단체 163명의 독자가 1천984만4천3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1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다우약품 100만원 ▷평화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서원푸드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무한기술(윤종천) 20만원 ▷크로스핏힘 15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태봉 10만원 ▷삼보세라믹스(김익곤)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김영준치과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박장덕)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재경전기(안승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한진도금 5만원 ▷해피건강나라(이재억)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향봉특수금속(박명선) 3만원 ▷무한갈비아끼면망한다(박주연) 1만원 ▷하나회 1만원 ▷행운전기조명(권광숙)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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