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시진핑 주석 방한에 목매는 문재인 정부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한국을 방한할 것인가?

시 주석은 이 정부 출범 후 4년이 지난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방한하지 않았다. 남은 임기는 1년여. 시 주석은 2019년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방한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첫해인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 다시 중국을 방문한 바 있지만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은 고사하고 방한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 사태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른 대외 환경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시 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는 등 집착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방한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3일 중국 푸젠성 샤먼(厦门)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대한 양국의 발표문은 크게 달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 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등 조기 방한 추진에 합의했다며 시 주석의 방한 문제에 대해 양국이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밝힌 발표문에는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한중 양국이 코로나 백신 여권과 코로나 백신 협력에 대해 합의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양국 정부의 발표문을 보면 우리 정부가 중국 측과 만날 때마다 시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오히려 시 주석의 방한은 어렵다는 분명한 거절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코로나 백신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백신 접종을 통한 코로나 사태 조기 안정 계획도 사실상 불투명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방한은 이 정부 임기 내에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고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지만 코로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으면서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문 대통령의 회견에 앞서 방한했던 왕 부장도 우리 정부가 강하게 요청한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관련, "여건이 성숙하자마자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서 기자들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가리켰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시 주석의 방한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사실 시 주석의 방한은 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중국 측이 의지만 있었다면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다. 두 차례 문 대통령의 방중 이후에도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엄중한 상황에서 미얀마를 국빈 방문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이 우리 정부를 미얀마보다도 중요하지 않게 보거나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집권 5년 차로 접어든 지금 시점에서 한중 관계에 획기적인 관계 개선이나 시급한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시 주석의 방한 문제는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외교 관례상 정상이다. 이 정부의 시 주석 방한 카드는 아마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호재로는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이 경색돼 있는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에 돌파구나 지렛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만 성사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문제는 중국 측이 판단하기에도 시 주석이 방한을 하더라도 '임기 말'로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선물이나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시 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는 상황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대등하지 않은 굴욕 외교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보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구걸하듯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하는 것은 국격을 던져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우려를 겸허하게 되돌아볼 때다.

시 주석의 방한이 한중 관계를 한 방에 풀어줄 '요술 방망이'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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