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北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남북한 ‘평화 쇼’ 환상 버려라

북한 체육성이 홈페이지 '조선체육'을 통해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32차 올림픽 경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내세워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구상'에 급제동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을 두고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른바 '도쿄 구상'을 피력했다. 도쿄올림픽을 북한과의 다자 대화 무대로 만들어 보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도 포함됐을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일본에 날을 세웠던 문 대통령은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한·일 협력을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도쿄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 대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은 무산 위기에 처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최종 수립 시점을 전후로 본격 추진을 계획했던 도쿄 구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분위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3년 전 평화 쇼를 재연하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틀어지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율 회복은 물론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남북한 평화 쇼를 되풀이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북한 핵 폐기 협상이 전혀 진척되지 않은 것은 물론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더 공고히 한 상태에서 남북한 평화 쇼에 손뼉을 칠 국민은 없다. 바이든 대통령마저 트럼프식 톱 다운 쇼 외교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마당이다. 문 대통령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남북한 평화 쇼를 재연할 생각을 버리고, 실패한 대북 정책을 직시하고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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