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에서 개헌을 빼고는 뭐든지 다 하라고 힘을 실어준 민심이 돌아서는 데는 1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대선을 1년 앞두고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여론은 가혹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오만과 위선, 무능, 묻지마식 퍼주기의 혹독한 대가였다. 국민의힘과의 득표율 차이로 볼 때 앞으로 아예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위선·무능·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표현이라며 투표 독려 현수막에 사용할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공인한 셈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지율이 한때 50%를 넘던 민주당은 21대 총선 이후 오만의 길을 걸었다. 야당 몫인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지 않는 등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게 대표적이다.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다. 원 구성을 거부한 국민의힘의 속내를 간파하고, 품어야 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통합도, 상생도 없었다.
독선은 예고된 수순이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주는 부동산 관련 3법 강행 등 일일이 거론하기 숨차다는 말이 나온다. 전·월세 5% 상한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보유 중인 아파트 월세를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탄을 받았다. 위안부 피해자 논란에 휩싸였던 윤미향 의원은 재보선 과정에서 피해자 길모 할머니의 갈비뼈가 부러졌음에도 노래를 시켰다는 '가혹행위' 의혹을 샀다.
상식과 이성을 지닌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극한 충돌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 의원들의 극단적 편들기도 국민의 피로도를 높일 대로 높였다.
민주당의 무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를 계기로 바닥을 드러냈다. '발본색원', '재발방지'만을 외쳤을 뿐 효과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소속 의원들의 투기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거센 비판을 샀다.
나라 곳간을 쌈짓돈 취급한 행태도 거센 역풍을 맞았다. 부산시장 선거를 겨냥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강행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시민 1인당 1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은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음이 개표 결과 드러났다.
선거 막판 거듭 고개를 숙이며 '정쟁' 대신 '민생'을 호소했지만, 민주당이 그토록 외쳐온 공정과 정의에 실망한 20대를 포함한 민심이 돌아설 리 없었다. 궁지에 몰리자 정책 대신 네거티브로 승부를 건 '생태탕' 논란도 유권자의 '학습효과' 앞에는 백약이 무효였다.
통상 출구조사 때 자리를 지키던 관행과 달리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민심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처음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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