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불안감 커지는 혈전증 제대로 알기

백신 접종 후 가만히 눕거나 오래 앉지 마세요

급성정맥혈전증
급성정맥혈전증

1년 이상 전 세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일상생활뿐 아니라 국가 경제활동에 심각한 장애를 주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물리칠 예방접종이 드디어 시작됐다. 비록 국내 접종율이 더디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코로나 종식이라는 희망의 출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와 얀센 백신에 대한 혈전증 형성 합병증 소식이 들려오며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통상 많이 발생하는 발열, 몸살, 무력감 등은 합병증이라기 보다는 일시적 면역 반응이다. 그에 비해 혈전증은 혈관을 막아서 혈류를 차단하게 되는 분명한 병적 상태다. 광범위하게 발생하거나 중요한 장기에 발생할 경우에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후 혈관 내에서 피가 응고되는 혈전증이 백신과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해 세계적으로 조사가 진행중이다.

박기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이 확대될 예정인만큼 막연한 혈전의 두려움으로 접종을 회피하기보다는 혈전증에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9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 설치된 서울시 1호 코로나19 예방 접종 센터에서 어르신들이 화이자의 백신을 접종받은 뒤 관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보건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해 고심하고 있지만, 화이자 백신이 접종되고 이 센터에서는 예정대로 접종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 설치된 서울시 1호 코로나19 예방 접종 센터에서 어르신들이 화이자의 백신을 접종받은 뒤 관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보건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해 고심하고 있지만, 화이자 백신이 접종되고 이 센터에서는 예정대로 접종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남성에게서 좀 더 발병률 높은 혈전증

EMA(유럽의약품청)와 WHO(세계보건기구)의 지난달 8일 발표에 따르면 유럽에서 1천7백만 접종자 중 15증례의 심부정맥혈전증과 22증례의 폐동맥색전증의 발생을 보고했다. 독일에서는 다수의 뇌정맥에 발생한 혈전증 사례도 보고됐다.

다행인 것은 최근 철저한 연구를 통해서 백신과 이들 혈전증 사이에는 아직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고 개인과 사회적 집단 면역 획득을 위해서 예방접종은 중단 없이 지속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혈전증이란 어떠한 병일까? 혈전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혈관병증 중 상대적으로 발병율이 높고 중요한 심부정맥혈전증와 폐색전증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심부정맥혈전증으로 명명되는 '정맥 혈관 내 혈전증'은 일반적으로 인구 1천명당 1명 정도 발병하는 대표적인 정맥 질환이다. 남자에게서 조금 높게 발생하며 주로 다리, 특히 좌측 다리에 잘 발생한다.

특히 하지에 발생한 정맥혈전이 점점 퍼져가면서 간혹 다리로부터 먼 폐혈관을 막을 수 있는데, 이 같은 합병증을 폐색전증이라고 명명한다. 이는 사망률을 10%까지 보고되는 심각한 합병증이며, 미국 통계에 따르면 원인 모를 급작스러운 사망의 3번째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중증 질환이다.

◆혈액 내 응고인자 균형 무너져 발생

혈전이 혈관 내에서 생기는 원인은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혈액의 응고(응집)를 막는 '항응고 인자'와 혈전을 유도하는 '응고인자'의 적절한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 이유로 이러한 균형이 깨어지는 '응고 기능 이상 상태'가 있는 환자에서 중대한 수술(특히 고관절, 무릎관절 수술이나 위장 대장 등의 복부 암 수술) 등을 받게 되면 다리에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오랫동안 앉은 자세, 장기간 운전 등의 혈류의 속도를 늦추는 장기간의 정지 상태가 오래 유지될 경우에 잘 발생한다. 실제로 PC방에서 오랜 시간 꼼짝 않고 게임을 하던 20대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움직이지 않았던 승객에게 잘 발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염증이나 외상이 발생한 경우에도 혈전 발생이 증가된다. 그 외에도 비만, 임신 같은 조건도 혈전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일단 혈전증이 발생한 환자는 응고 기능 검사가 꼭 필요하며, 유전적 원인이 확인된 경우 가족력 확인과 다른 가족에게도 응고 기능 혈액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의 정맥 혈전증의 주된 증상은 다리가 심하게 붓고 통증이 발행하는 것이다. 혈전의 범위에 따라서 허벅지, 종아리에 다양한 붓기가 관찰된다. 폐혈전증으로 퍼지게 되면 심장의 수축 기능에 영향을 주어서 혈압이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게 된다.

◆접종 후 가만히 꼼짝않는 것은 오히려 해로워

제거된 혈전
제거된 혈전

혈전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병이 의심되는 즉시 항응고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응고제는 약의 기능에 따라서 혈전이 생성되는 다양한 단계를 차단해 혈전의 진행을 억제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 새롭게 개발된 새로운 항응고제들은 약제로 인한 출혈 부작용을 줄이며 선택적 혈전 차단 효과를 나타내는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빠른 진단을 위해서는 응급한 상황에서 혈관초음파와 CT 검사가 유용하다. 이를 통해서 혈전의 유무와 범위, 오래된 혈전 유무, 정맥 내 역류 등의 합병증 발생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혈전의 범위가 넓고 오래된 상태가 아니라면, 치료는 단순 항응고제 투약 외에도 혈전용해제를 주사해 혈전을 녹여 없앨 수 있다. 카테터 시술로 혈전을 제거하는 혈관 시술은 매우 효과적이다.

박기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박기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그 외에도 다리에 혈전증이 발생한 환자에서 약물 사용이 어려울 경우 심각한 폐색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맥 필터(filter)를 시술해 물리적으로 혈전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박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좀 불편하더라도 가만히 누워있거나, 꼼짝 않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혈전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 피하는 것이 좋으며, 물을 많이 마시고 일상적인 생활 활동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면서 "만약 주사 부위가 아닌 팔이나 다리 전체가 붓고, 숨이 차는 등 이상 증상이 있다면 즉각 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도움말 박기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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