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온데간데없는 방역 수칙…교회·역사·터미널 직접 가보니

일부 신도들 예배당서 '거리두기' 하지 않고 착석…예배 끝난 뒤 사적모임도
다중이용시설인 역사·터미널도 주말 내내 인파 붐벼…방역 허점 우려

11일 오전 9시 30분 주말 예배를 하고 있는 대구 한 교회. 전소연 인턴기자
11일 오전 9시 30분 주말 예배를 하고 있는 대구 한 교회. 전소연 인턴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600명 이상 쏟아지며 '4차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주말 대구지역 종교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일부 발견됐다.

11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한 교회. 예배당 안 의자에는 '한 칸씩 띄어 앉아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일부 신도들은 거리를 두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예배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큰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구절을 소리내어 읽었다.

청소년부 예배에서는 또래 학생들끼리 바짝 붙어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교회 관계자는 "청소년부는 학년별로 거리를 둬서 앉는 것이 원칙이지만, 친한 학생들끼리 무리 지어 앉는 경우가 많다. 일일이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날 예배가 끝난 뒤 신도들은 4명씩 짝을 지어 인근 식당에서 함께 식사도 했다. 교회 인근 식당 업주 A씨는 "휴일 예배 후 4명씩 짝지어 점심 먹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주말 예배가 끝나는 시간이 우리 가게의 피크타임"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대구 다른 교회에는 출입자 명부만 작성할 뿐, 체온 측정을 하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었다. 대면 예배에 참석하는 신도들도 부쩍 늘어 전체 좌석 수의 30%인 240석까지 다 차 2층 예배실은 만석이었다.

다중이용시설인 역사와 터미널에도 주말 내내 인파가 붐볐다. 10일 오후 1시쯤 동대구역 대합실은 열차를 기다리는 이용객들로 좌석이 모두 찼다. 인파가 몰리다보니 한 좌석씩 띄어앉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일부 열차 이용객들은 역사 안 카페에서 마스크를 아예 벗은 채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동대구역을 방문한 B(25) 씨는 "서울역에서는 열차를 타려면 무조건 열화상카메라 앞을 지나야 하는데 동대구역에는 그냥 탈 수 있는데, 불안감이 크다"며 "기차역 특성상 다른 지역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즘처럼 지역 간 이동으로 인한 감염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좀더 엄격하게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도 많은 이용객이 오갔지만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탑승할 때 발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속버스 탑승객 C(29)씨는 "아직 KTX나 고속버스에서 감염된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탑승객 입장에서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버스를 타거나 내릴 때 온도를 측정해서 열이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하면 좋겠다"고 했다.

10일 오후 1시쯤 동대구역 대합실은 열차를 기다리는 이용객들로 좌석이 모두 찼다. 김영하 인턴기자
10일 오후 1시쯤 동대구역 대합실은 열차를 기다리는 이용객들로 좌석이 모두 찼다. 김영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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