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초선들의 ‘특정 지역 배제’, 영남에 대한 배은망덕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하자마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특정 지역 정당 배제론'이란 희한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선 의원 56명이 "특정 지역 정당이란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성명을 낸 것이다. 특정 지역이 어느 지역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영남을 지칭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과거 한나라당 때부터 툭하면 제기됐던 '영남 2중대론'의 연장이다. 영남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며 배은망덕이다.

국민의힘으로 개명하기 전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대패하고도 제1야당이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영남 유권자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다. 102석 중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이 55명(53.9%)이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영남이 극복해야 할 '한계'이기는커녕 감사해 마지않아야 하는, 그래서 앞으로도 소중히 보전해야 할 자산이란 것이다.

초선 의원들의 행동은 철부지 짓이나 다름없다.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텃밭'에 대한 현 집권세력의 태도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들은 선거에서 승리할 때마다 텃밭인 호남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게 정상이고 상식이다. 정당은 지지하는 유권자가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초선 의원들의 성명은 영남 유권자들에게 왜 전폭적인 지지를 했느냐고 책망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백번 양보해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이 되도록 하자'는 뜻으로 이해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그런 정당은 영남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지 '영남'을 배제해서 되는 게 아니다.

영남 유권자는 기가 막힐 것이다. 좋은 일 해주고 도리어 뺨을 얻어맞는 꼴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런 배은망덕에 강대식·김승수·김용판·김영식·김형동·박형수·윤두현·양금희·정희용 등 대구경북 초선 9명도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특정 지역 배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중앙에서 성명만 낼 게 아니라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에게 직접 말하라. 다음에는 자신 말고 다른 당 후보를 뽑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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