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소리까지 맛있는 미나리 이야기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채 봄부터 겨울까지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미나리가 요즘 인기몰이 중이다. 미나리는 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논, 물가 등 물기가 있는 습한 땅에서 잘 재배되며 물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수근이 잘 발달하여 있다.

그래서 미나리 줄기를 꺾어보면 속이 대나무처럼 비어 있어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 경쾌한 소리가 난다. 최근 미나리가 지닌 끈질긴 생명력과 번식력을 소재로 만든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한국인 최초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덕분에 미나리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영화"미나리"의 인기는 미나리 소비의 증가세로 이어져 농민신문에 따르면 미나리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5% 증가했고, 대형마트의 3월 1일~22일 미나리 매출은 지난해보다 47%나 증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나리는 신라 시대 이전부터 먹어왔고 고려사에서는 금전(미나리꽝)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본초강목에 줄기는 단맛이 있으며 기운이 평하며 무독하다고 하였다.조선 숙종 때는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빗대어 "미나리는 사철이고 장다리는 한철이다."라는 말이 있다. 미나리를 사계절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옛 선비들에게는 생명력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주는 음식으로 선비의 밥상에 자주 올랐던 미나리는 궁중풍습에도 활용되었다. 돌상에 미나리 줄기를 홍색 실로 묶어 얹어 돌을 맞이한 아기가 사시사철 푸른 미나리처럼 끈질긴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수명이 길기를 염원하였다. 아삭아삭 소리까지 맛있는 미나리는 영양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는 식자재인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과도한 탄수화물과 육류섭취로 인한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준다.

또한 페르시카린 성분은 알코올 대사를 촉진시켜 간의 해독과 황달,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미나리의 독특한 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간의 독성을 해독하며 향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는 식자재로는 복어, 돼지고기, 차조기, 쑥갓등이 있다. 이 중에서 복어와 음식궁합이 잘 맞는데 미나리가 해독 및 중금속 정화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그 종류를 살펴보면 재배 지역에 따라 물미나리, 돌미나리, 산미나리가 있다. 각기 고유의 향과 맛을 지녀 식탁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맛있게 조리해서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나리강회다. 궁중음식의 하나인 미나리강회는 미나리를 손질하여 줄기부분만 데치고 쇠고기는 삶아서 직사각형으로 얇게 썰고 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쳐 고기와 같은 크기로 썬다.

데친 미나리 위에 달걀, 고기, 홍고추 등을 쌓아 올리고 미나리 줄기로 감아 초고추장과 함께 낸다. 그 외에도 미나리는 조개와 함께 지져낸 전으로 새우, 오징어와 함께 무침으로 요리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식자재 미나리와 영화 "미나리"를 통해 음식과 그 식자재가 갖는 개성 있는 이야기가 맛과 영양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해준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영화 미나리와 식자재 미나리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이야기되길 바라본다. 매일 먹는 일상의 음식이 식상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당신은 사계절 내내 행복한 식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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