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군대 리얼리티는 더 이상 보기 불편하다? '가짜사나이' 가학 논란으로 인해 군대 리얼리티는 그 자체로 어딘가 불편함을 주는 소재가 됐다. 하지만 그 논란의 잔상이 채 사라지지 않은 지금 채널A '강철부대'는 어떻게 불편함 대신 환호성을 만들었을까.
◆'가짜사나이'와 무엇이 달랐나
작년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는 화제성만큼 논란도 컸다. 시즌1이 큰 반향을 얻은 후, 더 큰 스케일과 강도 그리고 유명 스타들까지 참여한 출연진으로 돌아온 시즌2는 한 마디로 뜨거웠다. 하지만 바닷물 속에 처박히고 구르며 치러지는 혹독한 군대 훈련과, 이로 인해 부상자와 탈락자가 속출하는 상황은 그 자극성만큼 불편함을 키웠다.
급기야 조교들이 출연자들에게 훈련을 시키며 조롱하는 뉘앙스의 말까지(물론 이것조차 정신력을 강화하는 훈련 중 하나라고 했지만) 등장하면서 대중들의 반응은 급격하게 냉담해졌다. 갖가지 논란들이 쏟아졌고, 조교들의 논란 가득한 사생활까지 끄집어내지면서 결국 프로그램은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강도의 자극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군대 리얼리티는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채널A와 SKY TV가 '강철부대'라는 군대 리얼리티를 갖고 나왔다. '가짜사나이'로 인해 군대 리얼리티라면 어딘가 부정적인 인상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었다. 또 다시 가학성 논란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첫 방영 후 '강철부대'에 논란은 없었고, 오히려 호평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 이런 정반대의 반응들이 나오게 된 걸까.

그것은 '강철부대'가 군대를 소재로 하긴 하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강철부대'는 그간 MBC '진짜사나이'나 이를 패러디한 제목의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가 모두 지향했던 '군대 훈련'을 과감하게 지워버렸다.
사실 훈련을 소재로 담을 필요조차 없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이미 특수부대를 나온 예비역들이 자기 부대의 명예를 걸고 한 판 대결을 벌인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어서다. 물론 지금은 일반인이지만 특수부대 예비역들의 면면은 결코 현역에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 중 몇몇은 크로스핏 강사 같은 군 경험이 힘이 되어주었을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훈련이 왜 필요하겠나.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보듯
이 대결에 참여한 특수부대는 듣기만 해도 어떤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부대들이다. 특전사, 707 대테러 특수임무단, 해병대, UDT(해군특수전전단), SDT(군사경찰특임대), SSU(해군해난구조전대)를 나와 그들을 대표하는 예비역들이 각 4명씩 6팀을 꾸렸다. 자신들의 부대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이들은 처음 스튜디오에서 만나는 그 광경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트로트가수로 더 친숙하지만 사실은 특전사로 오랜 군 경력을 가진 대선배 박군(박준우)에게 707팀의 박수민이 "선배님 죄송한데 댄스 한 번 볼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대목은, 아마도 어느 정도의 대본 설정이 있어 보이지만 그 자체로도 긴장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들어오는 팀마다 깐족대며 심지어 시청자들에게 절을 요구하는 몰래카메라를 유도하는 707팀은 대놓고 '빌런'을 자처한 것. 하지만 그런 깐족거림을 무대응으로 일축시킨 UDT팀의 등장이나, 맛보기로 벌인 턱걸이 대결에서 자존심 싸움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향후 '강철부대'의 이야기가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는 칼바람 부는 한 겨울 바닷가에서 치러진 첫 번째 대결은 그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너무 추워 살얼음이 언 걸 녹여놨다는 진흙탕 속에서 힘과 힘 그리고 전략이 부딪치는 참호격투는 마치 '악어들이' 뒤엉키는 듯한 야생의 느낌으로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고, 곧바로 달리기와 포복, 40kg 타이어 들고 뛰기 그리고 10m 외줄 타기로 이어지는 각개전투는 그것이 체력적으로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을 안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어두워진 밤바다에 조난상황을 연출한 더미를 던져놓고 수영을 해서 이를 구조해 오는 미션이 치러진다.
그 강도는 '가짜사나이'와 비교해도 결코 약하지 않다. 하지만 '강철부대'는 이것을 부대의 명예를 걸고 하는 자발적인 대결로 풀어냄으로써 자극은 높였지만 불편함은 지워버렸다. 군대 리얼리티의 불편함이 누군가 명령을 하고 누군가는 따르는 그 '위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강철부대'는 팀이 미션을 놓고 치르는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익스트림 스포츠 대결 같은 방식으로 그 불편함을 지웠다.
승패를 떠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미션을 해내려는 모습에는 다른 팀이라고 해도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는 모습도 빼놓지 않았다. 이러니 시청자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첫 회 2.9%(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이 3.4%, 4.3%로 매회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 이유다.
◆벌써부터 팬덤이 생겨난 캐릭터 분명한 출연자들
'강철부대'는 그 부대 선정과 팀 구성에 있어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즉 팀 구성은 그들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존심 대결이 될 수밖에 없는 대진을 보여준다. 같은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의 특전사와 707은 신경전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대들이다. 특전사에서도 별도로 차출되어 대테러와 특수임무를 맡는 조직이 707이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보면 처음 이들이 대면할 때 하필이면 707팀의 박수민이 특전사팀을 자극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해병대와 UDT 그리고 SSU도 마찬가지의 라이벌 의식을 가진 부대들이다. 모두 해상 작전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 자신들이 최고의 부대라는 자부심은 팀 구성만으로도 이들의 대결을 더 팽팽하게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런 대결 구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드러낸다. 첫 등장부터 잘 생긴 외모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보여준 UDT 출신 육준서는 방송 이후 벌써부터 팬덤이 생길 조짐을 보이는 인물이 됐다. 그가 화가이자 유튜버라는 이력은 이 밀리터리 서바이벌과 사뭇 대조적인 면모를 드러냈고, 방송에 포착된 모습에 김희철이 '팬'을 자처하는 모습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시켰다.
겉모습만 봐도 위압감을 주는 현역 크로스핏 선수 황충원이나 첫 번째 미션에서 우승자가 된 SSU의 정해철은 그 강렬한 인상으로 각각 '황장군', '무사' 같은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 다소 왜소한 체구에도 그저 힘만 쓰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근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박군은 자신만이 아니라 팀원들까지 믿고 따르는 '전략적 리더'가 되어 '박갈량'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본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이란성 쌍둥이라 그 미션 구조가 유사하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 과정에서 스타가 탄생하듯, 이 밀리터리 서바이벌은 일찌감치 스타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물론 해외에도 군 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적지 않지만, 군 예비역들이 자기 부대에 대한 자존심을 걸고 대결하는 서바이벌은 우리 식 군대의 특수한 상황을 절묘하게 해석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강철부대'는 그래서 똑같은 소재를 가져온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고 풀어내느냐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다를 수 있는 콘텐츠의 세계를 보여주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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