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갈팡질팡 접종 정책, 백신 불안 조장하는 것은 정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희귀 혈전 생성 논란에 휩싸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을 연기·보류했다가 나흘 만에 재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30세 미만을 AZ 접종 대상에서 제외시켰을 뿐 향후 어떤 백신을 맞힐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획조차 못 내놓고 있다. 안 그래도 국민들이 화이자에 비해 덜 미더워하는 AZ 백신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운 꼴이다.

정부는 백신과 관련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이다.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등 백신 확보 포트폴리오 구성에 실패하고 AZ에 '올인'하면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데 이후에도 스텝이 계속 꼬이고 있다. AZ 백신에 대해 정부가 접종과 보류, 재개 등을 놓고 며칠 간격으로 갈팡질팡하는데 국민 불안감이 커지지 않을 리 없다. AZ에 대한 기피 심리가 확산될수록 정부의 접종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

올해 2월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한 달 반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 1차 접종률은 2% 초반대에 그치고 있다. 접종 속도가 빠른 구미 선진국에 비해 4~3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한 정부가 애초에 장담했던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한국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6년 4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의 지적은 뼈가 아프게 들린다.

대한민국은 매년 10월 한 달 동안 1천만 명분 독감 백신을 접종해 온 나라다. 의료 인프라가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세계 100위권 밖인 것은 정부의 실패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백신 확보도 실패하고 신뢰감도 국민들에게 못 심었으니 결과가 이리도 처참한 것 아닌가. 집단면역 형성에 성공한 구미 선진국이 속속 일상을 되찾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마스크를 못 벗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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