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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언택트로 재개한 대구마라톤대회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 마스코트 빅토와 리카가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 마스코트 빅토와 리카가 '2021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고 대구 구단이 지난 1일 밝혔다. 사진은 대구FC 마스코트 리카와 빅토.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최두성 체육부장
최두성 체육부장

최근 10여 년간 대구의 봄은 마라톤과 함께 시작됐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이하 대구마라톤)가 2009년부터 국제 공인대회로 승격된 이후 매년 4월이면 1만5천 명 안팎의 선수·동호인이 도심을 달리며 봄의 도착을 알렸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가 모든 일상을 멈추게 했고, 대구의 봄 '알람'도 켤 수 없었다. 출범 20번째 잔치는 축포에 불을 붙이지 못한 채 취소됐다. 코로나19는 그렇게 2020년 대구의 봄을 삼켰다.

1년이 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으나 대구마라톤은 '언택트'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봄 기지개를 켰다.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에 정해진 날짜에 많은 인원이 지정된 코스를 뛰는 전통적 대회가 아닌 대구시, 대구시체육회가 개발한 전용 앱을 실행한 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뛰어 인증을 받는 방식이 도입됐다.

4월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는 언택트 마라톤대회에는 참가비가 있음에도 마스터즈 부문에 1만1천600여 명이 신청했다. 엘리트 부문은 13개국에서 210명이 동참했다. 이와는 별도로 해외 마스터즈 부문에서도 많은 외국인이 등록, 현재 세계 곳곳에서 전용 앱을 통해 기록들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위세가 여전한 이때, 대회가 재개되고 무사히 치러지고 있다는 건 사전 준비가 있어서 가능했다.

대구시체육회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우울감)를 겪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자 지난해 2월부터 언택트 마라톤대회를 계획했고 대회 참가자들을 모두 연결하는 앱을 개발, '세계 최초 언택트 레이스'를 탄생시켰다.

코로나19 속 스포츠 행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대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산물로 평가받을 만하다.

대구마라톤은 대구가 성공적으로 치러낸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사실상 유일한 유산이다. 세계의 이목을 대구로 집중시켰던 육상대회가 개최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지만, '육상 메카'로 발돋움하겠다는 후속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찬란했던 대회를 상기시키는 건 대구스타디움 앞 우사인 볼트의 대형 입간판과 대구국제마라톤대회뿐이다.

2001년 마스터즈 대회로 출발한 대구마라톤은 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 후 대구와 대회 홍보의 최고 수단이 됐다. 대구은행과 대구도시공사가 남녀 마라톤팀을 창단하며 붐 조성에 나섰고 대회는 2009년 국제대회로 승격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2013년부터는 세계육상연맹(IAAF) 공인 8년 연속 실버레벨대회로 인증받았다.

2007년 풀코스를 도입한 지 3년 만에 대구마라톤은 서울국제마라톤, 춘천마라톤, 서울마라톤과 함께 국내 4대 대회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와는 달리 2018년부터 마스터즈 부문 풀코스가 없어지며 스스로 국제대회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도심을 세 바퀴 도는 루프 코스가 교통 통제로 시민 불편을 일으킨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풀코스 없는 국제대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1억 달러가 넘는 경제 효과를 거두는 뉴욕마라톤,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마라톤, 자선 기금 조성 대회로 유명한 런던마라톤 등은 주민 불편을 극복하고 세계적 축제가 됐다.

언택트 레이스로 코로나 팬데믹을 박차고 나온 대구마라톤이 유수의 대회로, 대시민 축제로 나아가고자 디뎌야 할 다음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뛸 수 있는 지혜로운 대비와 노력, 실천이다.

20년 역사의 대구마라톤은 '육상 도시' 대구가 세계에 내놓을 아직은 유효한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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