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체크] 안동시, 보도블록 타지역 업체에 수의계약… 부당거래 의혹

관급 자재 2천만원 수의계약 대상, 보도블록은 1억원 미만까지 가능
설계과정에서 '열차단 기능'이 포함, 지역 14개업체 납품 기회 박탈

안동시가 옛 안동역 인근 도심지 내 문화의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보도블록 등을 재포장하고 있는 현장 모습. 김영진 기자
안동시가 옛 안동역 인근 도심지 내 문화의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보도블록 등을 재포장하고 있는 현장 모습.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시가 추진하는 '웅부문화의거리 조성사업'이 말썽이다.

1억원에 달하는 보도블록 관급 자재가 설계과정에서 전라도 특정 업체의 특정 제품으로 뒤바뀌고, 안동시 발주 부서도 '지역업체 제품 우선 사용'이라는 통상의 계약을 무시했다는 이유다.

안동시는 지난해 5월부터 오는 8월까지 구 안동역~웅부공원 대동루까지 280m의 도로 양쪽 인도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천942㎡ 면적에 포장되고 있는 9천780만원 상당의 보도블록 관급자재를 지역업체가 아닌 전라도의 한 업체로 선정했다.

안동시는 당초 설계 용역 과업지시에서 '6T 두께의 인조화강석 보도블록'으로 추진했지만, 설계과정에서 '열차단 기능'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인조화강석 보도블록을 생산하고 있는 경북지역 14개 업체가 자재 납품 기회조차 얻지 못한 상태에서 '열차단 기능'을 갖춘 전라도 특정업체의 제품이 납품된 것이다.

관급 자재 경우 통상적으로 지역업체 우선순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보도블록 자재 납품 계약은 대부분 지자체들이 조례에서 1억원 미만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을 이용해 타지역 특정 업체의 특정 제품을 수의 계약하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열차단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해당 보도블록은 설계 용역 단계에서부터 반영돼 일반 보도블록보다 단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입찰 없이 수의계약 됐다.

지역 한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보도블록은 1억원 미만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악용해 공급단가를 1억원 밑으로 설계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업체들은 대부분 부도 위기에 놓여있는데 타지역 업체를 찍어서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짙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열차단과 흡수가 목적이었다면 우리회사에서 만드는 제품도 효율성이 뛰어난 데 타지역 특정제품을 사용한 것은 유감"이라며 "입찰을 통해 제품을 선정할 경우 시 예산도 절감할 수 있는데 이런 절차가 없었다는 데 아쉽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안동시는 "설계에서 해당 제품이 반영됐기 때문에 사용했다"며 "당시 업무 담당자가 모두 바뀌어서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설계 용역업체 관계자 역시 "설계 당시 이 제품 영업사원이 열차단 보도블록에 대한 설명을 했고, 다른 지역보다 뜨거운 안동에도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계에 반영했다"며 "우리도 해당 제품을 처음 사용해봐 그 기능성에 대해서는 장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설계 이후에도 안동시의 특별한 수정요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안동지역의 평년기온은 11.9℃로 경북지역에서도 기온이 낮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설득력을 잃었다. 포항(14.2℃), 영덕(12.8℃), 울진(12.6℃), 구미(12.5℃)처럼 평년기온이 높지 않아 비싼 기능성 제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북지역 보도블록 생산업체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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