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부품 CEO] <1>손일호 경창산업 회장 "변속기 생산 역량, 차세대 전기모터로 전환"

변화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어…미래차 연구·전동화공장 가동
올해 정부 사업재편 제도 신청…지역 업체들 치열한 노력에도 전문인력 못 구해 어려움
인재양성·기술개발 지원 절실

손일호 경창산업 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손일호 경창산업 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 주력산업 자동차부품업계는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내연기관 위주에서 수소·전기차로 대변되는 미래차로 시장이 급변하면서 변화 없이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부품업 특성상 수많은 협력업체가 하나의 사슬로 묶여 있어 체질 전환 없이는 지역경제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미래차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매일신문이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전달한다.

인터뷰 첫 번째 주자는 올해로 창업 60년을 맞은 경창산업 손일호 회장이다. 경창산업은 1961년 손 회장의 아버지 손기창 창업주가 동인동 작은 창고에서 종업원 7명의 자전거부품 회사로 시작했다. 1972년 자동차부품으로 업종을 변경했고,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생존한 경창산업은 미래차 기업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경창산업은 적자기업 불명예를 안고 있다가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투자 대비 성과 예측 실패로 큰 위기를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글로벌 연간 생산량이 1천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공장을 사고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것이 어긋나면서 결과적으로 과잉 투자가 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15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공감해 조직 슬림화에 협조한 노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한다.

▶흑자 전환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는가?

-구조조정은 정년이 임박한 사원들 위주로 진행됐고 경영진에서도 많은 인원이 회사를 나갔다. 골프 회원권 등 불필요한 자산도 모두 정리했다. 노사와 지역이 힘을 합쳐 새 출발 기회를 맞은 만큼 성과로 보답하겠다.

▶경창산업의 주력 제품은 무엇인가?

-경창산업의 주력은 자동변속기 60%, 레버·페달 등이 30%로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차에도 쓰이는 부품이다. 완전 자율차나 전용 전기차 일변도로 가기 전까지 성장은 아니더라도 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래차 시장은 따로 대비하고 있는 것인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내연기관 부품 생산 경험을 살려 미래차를 준비 중이다. 경창산업의 핵심은 차세대 전기모터 개발이다. 전기모터가 작은 부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변속기에 집중했던 역량을 전기모터로 전환하려 지난해 중순에는 전동화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자체 연구팀도 만들었다. 올해는 이쪽으로 사업을 공식화하려 정부 사업재편 지원 제도에 신청할 예정이다.

▶대구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준비 상황을 진단한다면?

-걱정보다는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른 기업 오너들과 만나보면 모두 위기의식을 충분히 갖고 있고 나름대로 새로운 아이템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최근 3~4년간 대구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사업재편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당장은 인력을 조금 줄였더라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영이 된다면 다시 고용이 확대될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만큼 앞으로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본다.

▶자동차부품 시장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질 텐데 어려움은 없는가?

-가장 힘든 점은 지역에서 전자기술과 관련한 전문인력을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다. 자동차부품 업계에서도 인재의 수도권 집중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부품업의 토대가 되는 금형, 사출 등 기초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지역은 물론 국내에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래차 시대로 가더라도 기초기술이 튼튼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미래기술이 나와도 '모래 위의 성'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 연구소나 대학교가 기초기술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대구시가 미래차를 신산업으로 키우는데 시에 바라는 것은 없는지?

-시가 의지를 갖고 지원을 하지만 한정된 지방자치단체 살림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자금지원이나 세제혜택도 필요하겠지만 안정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대구 자동차부품업체들은 그간 도움을 받기보다는 '내 힘으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런 곳에 조금만 지원을 해주면 대구 부품업체는 더 많이 클 수 있다.

▶앞으로 경창산업을 이끌어나갈 핵심 키워드를 제시해 달라.

-첫째는 변화다. 자전거 회사로 시작해 내연기관으로 왔고 이제는 전기차로 간다. 계속 변화하지 않았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발 앞서 바꾸겠다. 둘째는 신뢰다. 고객과의 신뢰, 사원과의 신뢰, 협력업체와의 신뢰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더욱 탄탄히 닦아 나가겠다. 셋째는 절제다. 단순히 아끼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타이밍이 왔을 때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절제할 것이다. 지금까지 경창산업이 창업주의 '정도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60년을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래차 시대에 대응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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