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들에게 작곡가의 탄생과 서거를 기념할 수 있는 해는 때때로 연주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큰 지표가 되기도 한다.
대개의 경우 탄생과 서거를 기점으로 50년 주기로 크게 기념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로 많은 무대가 취소되긴 했어도 2020년은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라 전세계적으로 그의 작품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기획되고 연주되었다. 2010년 역시 쇼팽의 탄생 200주년이었던 해라 그 해 열린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는 그 어느 해보다 성대하게 치러졌던 기억이 난다.
그럼 올해는 어떤 작곡가를 기념할 수 있을까? 베토벤, 쇼팽만큼은 아니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러시아 태생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작품 중 성큼 다가온 봄과 관련된 '봄의 제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신고전주의의 지평을 연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음악가가 되길 반대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하였으나 초기에 작곡한 발레음악 '불새'가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는 특히 발레 음악의 작곡에서 주목을 받는다. 발레 연출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와 손잡고 제작한 '불새'를 비롯해 '페트루슈카', 그리고 '봄의 제전'까지 3개의 작품이 연속으로 성공하였다.
1913년에 발표한 '봄의 제전(祭典)'은 스트라빈스키가 꿈에서 본 이교도들의 종교 의식을 바탕으로 작곡되었다. 고대 러시아에서 봄에 행하는 원시적인 종교 의식은 봄의 신을 찬양하기 위해 젊은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고, 제물이 된 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춤을 추는 장면을 지켜본다는 내용이었다.
'봄의 제전'은 그 초연부터 청중들의 폭동에 가까운 반응으로 매우 큰 이슈를 몰고 왔다. 청중들은 스트라빈스키가 이전 두 발레 음악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낭만적인 색채와 새로움이 적당히 섞여 있는 면모를 기대하였지만 '봄의 제전'은 시작부터 그런 기대를 산산조각내었다.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원시적인 리듬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된 악기의 배치, 그리고 같이 행해진 발레조차 너무 거칠고 어지러웠기 때문이었다. 무대에서 이런 충격적인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곡을 옹호하는 소수의 청중과 야유를 퍼붓던 다른 청중 사이에서 난투극에 가까운 싸움까지 일었다고 하니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영화감독 장 콕토가 '숲 자체가 미쳐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전달할 법도 했다.
어찌되었든 이런 소동은 아이러니하게도 '봄의 제전'의 흥행에 톡톡히 도움을 주었고 스트라빈스키를 31살의 이른 나이에 현대 음악의 거장 반열에 올려준 작품이 되었다.
발표 당시 충격을 몰고 온 이 전위적인 작품은 현대에 이르러선 초연에서 무용과 함께했던 것과는 달리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만 연주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올 한해 스트라빈스키를 기념할 수 있는 무대에서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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