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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노래하는 인공지능 로봇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방송을 통해 흥미로운 한 프로그램을 접하였다. 유명 가수가 직접 연주하는 음원과 그 가수의 특성을 학습한 인공지능 로봇(AI 로봇)이 연주하는 음원을 그 분야의 전문가와 가수가 같이 비교 평가하여 어느 연주가 실제 가수의 연주 음원인지를 맞히는 프로그램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무승부였다. 더 놀라웠던 것은 AI 로봇이 그 가수의 소소한 연주 습관까지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곡을 연주한 가수 본인도 어느 음원이 자기의 연주인지를 구분하기 힘들어했던 점이었다.

노래하는 로봇을 오페라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해보자는 제안이 있어서 2012년에 한국 로봇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유명 오페라 가수의 음원을 무대에서 로봇이 연주하는 것은 거의 가능해지고 있다. 단,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우선은 저작권에 대한 문제이고, 또 하나는 무대가 요구하는 주인공의 동작을 로봇이 자유롭게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 거의 서서 연주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2021년 현재는 실험적으로라도 로봇이 오페라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렇게 되면 로봇의 표정을 포함한 감정 표현이 시각적으로는 다소 어색하더라도 대가들의 목소리로 오페라 무대의 상당 부분이 대체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어디서라도 최소한 소리예술로서의 음악적 감동은 쉽게 만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5세대 이동통신(5G)의 시대가 급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에게 지배되지 않고 오히려 그 세계를 지배하면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지성이 쓴 '에이트(8)-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은 창조적 상상력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만드는 것만이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강변한다.

미래의 세계에서는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거나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두 부류의 인간으로 인류 사회가 나누어질 것이라 이 책은 예언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창조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 청소년기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디지털을 멀리하고,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면서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기 위해 철학하라! 서로 바라보고 나누며 융합하면서, 적게는 몇 개월, 많게는 몇 년 동안 현지에 거주하면서 현지인들의 삶에 깊이 녹아드는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그리고 지식 위주의 배움을 피하고 공감 능력과 상상력을 기르며 생각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면, 클래식 음악의 정신을 믿어 보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몇 백 년이 흘러도 지속적으로 재해석되며 살아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감정을 다스리는 절제력이 내재되어 있기에 클래식 음악교육이 인공지능의 지배를 벗어나 독자적 세계로 인류를 이끌어 주는 한 가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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