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캐스 R. 선스타인 지음·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펴냄

사람들은 대부분 적어도 일정기간 동안은 끔찍이 싫어하는 규범에 맞춰 살아간다. 마치 그 규범이 생활의 일부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규범을 혐오한다. 문제는 누구도 혼자서는 규범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규범에 '저항'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항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저항으로 인해 규범의 성벽이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규범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행동을 시작하고 전환점에 이르기까지 저항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다. 전환점을 넘기도 나면 저항은 사회적으로 비용 대신 이익을 창출한다. 그때는 너도 나도 이렇게 외친다.

"미 투!"(Me too) "미 투!"라고.

사회변화에 관한 과학적 통찰과 미 투 운동부터 정책 설계까지 세상을 바꾸는 힘에 관해 설명하는 이 책은 1부 시민의 힘으로 변화가 촉발되는 현상부터, 2부 넛지의 활용과 한계, 3부 올바른 사회적 변화의 시작과 완성을 통찰하고 있다. 그것도 특정한 가치를 주장하기보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행동과학을 바탕으로 분석함으로써 나름의 결론을 도출하는 식이다.

정책 설계에 있어서도 저자는 개인의 행복과 사회 복지를 위해 경제학에서 유래하는 넛지이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정부와 기업이 공식적으로 정책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과 넛지의 한계점을 검토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이용과 금지, 사형제도의 존폐와 같은 문제는 사전예방의 원칙에서 위험에 대비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원칙 사용이 오히려 '대체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은 저자의 탁견이 돋보인다. 예컨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엄격히 규제할 때 개발도상국이 유전자 변형으로 개발한 황금쌀을 식량문제 해결에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고의 희망은 당파주의의 영향력을 줄이고, 사전 조치전략과 기술 관료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접근방식"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새겨볼 만하다. 472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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