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헌 기자의 C'est la vie] '봉사왕' 이시우 청맥로타리클럽 이사

30년 전부터 기부·나눔 앞장선 '봉사왕'…"손길 기다리는 사람 있다는 건 큰 축복"
대기업 사원 시설 당직비 모아 전달…개인 사업하며 장애인 공부 등 도와
수년째 취약계층에 생필품 손수 배달…주말에도 보육원·양로원·복지관 찾아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자원봉사자 이시우 씨가 사회복지시설에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자원봉사자 이시우 씨가 사회복지시설에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란 유명한 말을 남긴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인간의 천성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종종 선행을 베풀어 걸인에게 적선하곤 했는데, 평소 주장과 다르지 않느냐는 친구의 지적에는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네. 불행한 사람을 보고 불편해졌던 내 마음이 동전 몇 푼에 좋아졌지 않은가."

홉스의 그런 심리를 의학적 용어로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한다. 미국 내과의사 앨런 룩스가 '선행의 치유력'이란 책에서 처음 쓴 표현이다. 말 그대로 타인을 돕는 이타적 행위가 정신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시우(55) 국제로타리 3700지구 청맥로타리클럽 이사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넘쳐나는 듯 했다. 여행과 수영·축구·등산 등 다양한 레포츠 활동으로 다져진 덕분이겠지만, 나이에 비해 다부진 몸매도 자원봉사단체인 로타리클럽 회원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봉사왕'다워 보였다.

"사실 이곳 저곳에서 도와달라는 부탁이 꽤 많이 들어오기는 합니다. 때로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을 찾아가 봉사를 하기도 하고요. 일손 도우러 왔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반겨주시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사태처럼 세상이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라지요."

그의 봉사활동은 벌써 30년을 헤아린다. 경북대 유전공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은 뒤 취직했던 모 대기업 사원 시절 동료들과 당직비를 모아서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개인사업을 하면서는 지난 2000년 대구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 창립 멤버로 참여해 장애인들의 공부와 등·하교를 도왔다.

봉사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대구 컬러풀풀페스티벌 같은 고장의 행사는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국가적 이벤트에도 수시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의용소방대 대원이기도 하며, 지난해 코로나19 1차 유행 때는 지역거점병원이었던 대구동산병원에 두유 5천개를 남몰래 기증하기도 했다.

특히 8년 전부터는 지인들과 함께 정부의 사회복지망에서 빠져 있는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데 힘쓰고 있다. 매월 각자 수십만 원씩 회비를 거둬 쌀, 김치, 우유,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구입한 뒤 대구 시내 10여 가구에 손수 배달해준다.

"재작년까지는 각종 단체에서 김장 나눔 행사가 많아 김치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는 그런 모임이 확 줄어 무척 안타깝습니다. 저희가 한 번씩 찾아뵈면 홀몸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시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래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고요."

이 이사는 주말조차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인연을 맺고 있는 보육원, 양로원, 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들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설거지, 청소 봉사를 한다. 신앙 생활을 하지 않지만 종교시설에서 주차관리 봉사를 할 때도 있다.

경북 군위군 소보면 출신인 그는 대구와 인근 도시들을 아우르는 로타리 3700지구 월신편집기자, 사진동호회 회원으로도 바쁘게 뛰어다닌다.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 '내 생애 최고의 봄날' 사진 촬영 봉사를 연 2회가량 해오고 있다. 올해는 이달 24일 경북 고령군에서 다문화가정들에게 가족 사진을 찍어줄 예정이다.

"다른 분들도 그러하시겠지만 봉사를 가면 늘 제가 더 마음의 부자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장애로 말을 못하는 어린이들의 반가워하는 눈빛에선 행복과 보람에 제 눈시울이 붉어지고, 카메라 앞에서 어색해 하시던 어르신들이 마침내 환한 미소를 보여주실 때는 제 가슴까지 벅차오르죠. 저를 기다리는 분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입니다."

이 이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귀띔했다. 그러기 위해 이미 사회복지사(2급)와 주택관리사 자격증도 따뒀다.

"젊었던 시절 대기업에 남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임원은 달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만 두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술도 마셔야 했을 테고, 업무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받았겠죠? 아무쪼록 코로나 팬데믹이 하루 빨리 끝나 예전처럼 좋은 이웃들과 웃으며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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