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사투리] “고향 말 디자인 상품 인기...사투리 달력 없어서 못 팔죠"

③사투리와 사람들-3. 사투리 상품가게 김진아 대표

사투리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는
사투리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는 '역서사소' 김진아대표는 사투리를 통해 지역감정이 희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3사투리와 사람들

3.사투리 상품가게 김진아대표

'여기서 사세요'라는 전라도 사투리를 상호로 하고 있는 '역서사소'. 지역의 언어를 활용해 문화컨텐츠를 디자인하고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곳이다. 대표 김진아씨(39)와 7명의 직원들은 사투리는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을 부수고 사투리가 상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익성도 기대하고 있다. 2016년, 광주 송정역부근에서 시작한 '역서사소'는 사투리로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의 꿈이 무르익는 현장이기도하다.

▶사투리를 활용한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투리를 사용한 노트나 모자 필기류를 비롯해 차량용 방향제등 다양합니다. 사투리 달력과 일력, 사투리 고백엽서, 사투리 가방등 제품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사투리가 씌어져있는 맥주잔. 와인 잔을 비롯해 피크닉 세트 등을 고안 중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무엇 인가요

-사투리 달력과 사투리 고백엽서입니다. 사투리 달력은 한해 3,000부 정도 팔리는 베스트셀러이지요. 달력을 보면 '아따 사월' '워메 칠월' '욕봤고 십이월' 이런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고백엽서는 '너랑 있응께 시간이 요로코롬 풀세 가버럿네' '니만 생각하믄 내 맴이 겁나게 거시기해'등 재기발랄한 문구가 적힌 10종의 엽서가 한 세트입니다.

▶사투리를 사용한 상품을 개발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전라도 말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청년들이 뭉쳐 시각디자인을 활용한 팬시제품에 대해 고민하던 중, 전라도 문화를 상품에 녹여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지역 말인 사투리에 꽂히게 되었지요. 사투리는 촌스럽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지역의 말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자원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전라도에도 경상도 '오빠야~'처럼 귀엽고 예쁜 말이 많아요.

▶상품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전라도 사투리의 의미나 재미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말이 디자인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만들면서도 '과연 이게 팔릴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좋습니다.

▶벽걸이 사투리 달력은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사투리 달력은 우리 가게의 주력상품입니다. 매년 연속 출시하고 있고 탁상형 까지 만들만큼 제품군을 넓히고 있습니다. 고백엽서는 당초 샘플로 만들어 벽에 붙여두었는데 고객들이 '왜 안파느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출시를 앞당겼습니다.

▶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광주 지역의 독특한 기념품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사투리로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를 귀하고 재미있어 하는 듯합니다.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 위에, 사투리가 주는 정감과 재미를 더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이지요. 그동안 광주를 표현할 기념품이나 상품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용도로 사 갑니까

- 친구나 연인에게 선물 목적으로 사가기도 하고, 고향이 그리워 구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향이 그리울 때 보겠다며... 관공서에서도 대외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합니다.

▶전라도 사투리 외에 경상도 사투리 제주도 사투리로 된 상품들도 보입니다

-전라도 말로 된 상품이 뜨니까 가게를 찾는 분들 중에 '왜 우리지역 말은 없느냐'고 해서 경상도 제주도말로 된 상품도 만들었습니다.

▶'사투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사투리가 그런 힘이 있을까요?

-사투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예쁜 말을 알게 되면 서로의 문화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 마음들이 쌓이고 모이면 지역감정이라는 말 자체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시장 안에 가게를 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2015년 경 '1913 송정역시장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때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이 시장이 KTX송정역과 가까워 인기를 끌었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우리가게도 관심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투리를 활용한 상품으로 수익이 나는지 궁금합니다.

-2016년 가게 문을 열 때는 지자체와 기업의 지원이 있었으나 지금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은 수익은 아니지만 재미있을 정도 입니다.

▶보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느 할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내 고향 말을 이렇게 예쁘게 알리고 상품화 시켜주어서 고맙다'는 내용의 손 편지를 받았을 때 정말 좋았습니다. 이외에 다른 지역에도 사투리 상품이 확산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보람도 느낍니다. 또 사투리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합니다.

▶'전라도 사투리' 보다 '전라도 말'로 표기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일본은 도쿄나 오키나와 말이 다르지만 굳이 사투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역말 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표준어와 사투리로 구분하는데 이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사투리 보다는 '지역의 언어'나 '지역 말'이라고 사용하면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희석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을 소개해주십시오

-직원 모두 전라도 광주 토박이며 디자인 전공자들입니다. 지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도 남다르지요. 이들의 노력들이 로컬비지니스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역에 애정이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글 사진 김순재 계명대 산학인재원교수 sjkimforce@naver.com

이 기사는 계명대학교와 교육부가 링크사업으로 지역사랑과 혁신을 위해 제작했습니다.

◆다시, 사투리 연재 순서

1.왜 다시, 사투리 인가

2.예술 속 사투리

3.사투리와 사람들

4.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5.대담

◆사투리 연재 자문단

김주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

김동욱 계명대학교 교수

백가흠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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