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중 '계절을 표현한 음악'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四季)를 떠올린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사계' 중 '봄'의 1악장 선율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경쾌하고 화사하게 표현한 바로크 음악의 걸작으로,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도 없이 사용된 덕분에 '가장 대중적인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듣고 있으면 괜히 즐거워지고 기분 전환도 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클래식 다방에서는 '사계'만 하루 종일 틀던 곳도 있었다.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으로 계절별 3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2개의 곡으로 이뤄진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봄이 주는 설렘, 그리고 여름이 주는 환희와 자연의 웅장함, 가을이 주는 풍성함, 마지막으로 겨울이 주는 차갑고 냉정한 느낌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봄' 1악장은 바이올린의 트릴(trill·연속된 음을 위아래로 빠르게 연주하는 주법)과 짧고 빠른 음형으로 새들의 지저귐을 묘사하는데, 봄의 상쾌함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계절마다 소네트라는 14행으로 이루어진 시와 비발디 자신이 직접 쓴 해설이 붙여져 있다. 이것은 표제음악처럼 시의 느낌과 해설이 음악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래서 이 곡을 더욱 욕심을 내어 감상을 하려면 붙여진 간단한 시와 함께 들어보는 것도 좋다. 2000년 초 이 곡을 녹음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계절마다 차이가 뚜렷한 시골 정경을 담은 '사계'를 연주할 때마다 고향과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사계'를 전 세계에 알린 이는 완벽한 하모니와 강약의 절묘함으로 팬을 사로잡는 전설의 챔버그룹 '이 무지치'(I Musici)이다. 이 무지치가 녹음한 사계 음반은 전 세계에서 1천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뤄냈다. 이 음반은 카라얀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과 함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이 무지치'는 이탈리아의 명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12명의 촉망받는 음악인들로 1952년에 창단됐다. 바이올리니스트 6명, 비올라리스트 2명, 첼리스트 2명, 더블베이스와 챔발로 주자 각각 1명씩으로 구성돼 있다. 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봄 기운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때나 기분이 울적할 때, 분위기를 비꾸고 싶을 때 비발디의 '사계'를 들을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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