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결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 안팎의 격론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풍향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소리다. 모처럼 선거에서 승전 깃발을 올린 국민의힘 전과가 거의 이슈로 떠오르지 못한 것도 이번 재·보선의 무게 중심이 어디인가를 말해준다.
민주당이 왜 이번 선거에서 쪽박을 찼는지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내기란 어렵다. 하지만 예상 못 한 '20대의 반란'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카운터펀치였다. 집값 폭등과 LH 사태, '임대차 3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내로남불, 사회 양극화 문제 등 곳곳이 늪지대였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 페미니즘의 득세로 촉발된 20, 30대 남성의 '꼴페미' 시각은 이번 선거를 해석하는 핵심 코드다.
반면 여당의 자충수에 기사회생한 국민의힘 당내 분위기도 마냥 가볍지는 않다. 선거는 이겼지만 제1야당의 존재감은 거기서 거기다. 선거가 끝나자 당을 떠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당에 대해 내뱉는 독설이 국민의힘 현실을 대변한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아사리판"이라며 혀를 찼다. 중진들의 당권 욕심에 당이 휘둘리면서 갈피를 못 잡고 혼란을 겪자 그가 낸 촌평이다.
아사리판은 무질서하게 제 주장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를 뜻한다.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국어사전에 없는 용어다. 유력한 어원은 불교 용어 '아사리'다. 불교에서 아사리는 스승을 뜻하는데 규범을 가르치는 규범사(規範師)나 계사(戒師)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덕이 높은 스승 즉 아사리가 모이면 여러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 모습이 혼란스럽게 보인 데서 '아사리판'이라는 용어가 생겼다는 것이다. 과거 시험 보는 선비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뒤죽박죽인 모습에서 난장(亂場)이, 이판사판(理判事判)이나 호전적인 악신 아수라(阿修羅)에서 '아수라장'이 나온 것과 같은 용례다.
촛불 민심 이후 국민 눈에 비친 국민의힘 이미지나 존재감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난 4년간 선거는 해보나 마나인 국민의힘이 여태 정신을 못 차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