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 모임 중에 1991년 시작된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라는 곳이 있다. 신득렬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2009년 퇴임)가 설립한 것이다. 설립 배경에는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 철학자 로버트 허친스와 모티머 아들러가 1952년 대학생과 일반인의 교양교육을 위해 펴낸 54권짜리 전집이 '위대한 저서'다. 이 전집에 있는 책의 한국어판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운영한 게 신 교수다.
그런데 여기에서 토론을 이끌어갈 공동지도자가 다수 나온다. 이 중 일부가 '파이데이아의 아이들'로 성장해 지부를 열었다. '문득 동네책방'이 찾은 곳은 책방 형태로 운영되는 상인지부였다. 아파트단지 상가에 자리잡은 책방이다. 2017년 이곳에 문을 연 책방지기 김민주(38) 씨도 '파이데이아의 아이들'이었다.
책방은 팔려는 책들이 꽂힌 서가와 고전읽기 모임에서 다룬 책의 서가가 구분돼 있다. 판매용이든 모임용이든 어디든 고전들이 주인처럼 자리잡고 있어 책방의 정체성이 물씬 드러난다. 그림책, 소설도 적잖게 있었는데 주변 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김 씨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했고 상인동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있는 책방의 이용자들이 대개 유초교생의 엄마들이기 때문이다.

고전으로 빽빽한 서가에는 같은 책이 여러 권 있거나, 출판사만 다른 동명의 책이 더러 보인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대표적이다. 알고 보니 고전읽기 모임 1년차 때 처음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1년차 독서목록에는 아이스킬로스 비극전집, 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포함돼 있다.
12년차까지 독서목록이 있는데 발간 시대순에 따른 것이었다. 12년차가 되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윌리암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 시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기원과 발달' 등을 다룬다.
초·중·고교생을 위한 모임도 있다. 얼핏 논술학원이랑 비슷하다는 싶어 물어보니 김 씨는 "논술학원은 아니지만 읽고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교양활동을 통해 논술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고 했다.

인문학 전공자도 책의 제목만 알 뿐 내용은 생소한 고전이 대부분이다. 혼자 읽기 힘든 책이라는 강한 선입견을 깨는 것도 과제다. 김 씨가 고전을 친숙하게 대할 수 있는 유도제를 늘 고민하는 까닭이었다. 어릴 때부터 친근해지면 가장 좋겠다는 판단에 이른 그는 안데르센동화집 등 가벼운 세계문학작품을 비롯해, '유원', '아몬드' 같은 청소년소설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네책방치고 장시간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모임이 있는 날은 오후 9시 30분까지도 열어둔다. 독서모임 공간이 책방의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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