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의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 이후 시대의 사회 변화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다 만난 책 중 한 권이 이지성이 쓴 '에이트'였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을 지배하며 살 수 있기 위한 여덟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 제안이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는 것이었다.
문화인류학적 여행이란 관광 성격의 여행과는 차별화된 여행의 개념이다. 적게는 몇 개월, 많게는 몇 년 동안 현지에 거주하면서 현지인들의 삶에 깊이 녹아드는 여행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의 여행이 유익했던 성과로 저자는 세계 굴지의 컴퓨터 기업 IBM의 싱크탱크 구성 과정을 소개한다. 싱크탱크 구성을 위해 인재를 뽑는데 컴퓨터 분야에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문화인류학적 여행 경험자를 선발하면서 휴먼 테크의 성공을 일구어냈다고 한다.
필자도 대학에서 20년 이상 학생들을 지도하며 학생들에게 여행을 권했다. 2학년 정도를 마치면 최소한 1년 간 휴학해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3~4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로 여비를 마련해서 3개월 무비자 여행이 가능한 곳에서 생활해 보라고 했다. 권유를 실행에 옮긴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작곡 전공의 특성상 독일에서 생활을 경험하고 돌아온 제자들이 상당수였지만 미국까지 다녀온 경우도 있었다.
이 경험을 한 제자들에게는 공통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다. 하나는 세계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점이고, 또 하나는 전공을 계속할 것인지,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방향을 전환할 것인지 결정하는 용기가 생긴 것이었다. 작곡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결정한 제자들은 한국에서 남은 학업 기간에도 방학 때마다 한 달 이상 독일에 다녀오기도 하고,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둘러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기특함을 보였다. 결국 유학도 자기 분야에서의 성과를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로 나가는 하늘길이 다 막혀 있지만 뜻있는 청년들은 인터넷 정보를 통해 세계를 간접경험하고 있으며, 게임이나 소비형 정보에 빠지지 않고 시간을 생산적 준비에 투자하고 있다. 음악전공자들 중에도 트로트, 팬텀싱어를 비롯한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멀리하면서 대중성과 구별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들도 있으며, 그냥 즐기기보다는 그 프로그램들을 분석하면서 자신의 길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에디슨의 말처럼 세상의 5%의 사람만 생각하면서 사는 삶을 타고났으며, 15%는 생각하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며, 나머지 80%는 생각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평범한 삶으로부터 자신을 탈출시키는 용기가 미래에 세상을 얻는 한 방법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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