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평소 같으면 아침부터 빈 자리가 없었던 이곳 주차장은 다소 한산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주말마다 발디딜 틈 없이 붐볐던 시장엔 손님들이 드물었고, 주문한 수산물을 기다리는 대기 의자도 많이 비어있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발표 후 첫 주말을 맞은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아직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인데도 소비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먹거리 안전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산시장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일본의 방류 발표에 혼돈 상태였다. 어패류를 판매하는 A(55) 씨는 "토요일 오전에는 캠핑가는 사람들이 일본산 가리비를 찾기 때문에 많이 준비했는데 오염수 방류 소식 때문에 거의 팔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방사능 이슈에 대해 시장 반응이 너무 빨리 와서 놀랐다"며 "코로나로 1차 충격을 받고 방사능 때문에 2차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상인 B(65) 씨는 "아직 일본에서 방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일본산 사용하지 않음' 같은 팻말을 써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비해 매출이 30~40% 수준에 불과하다. 단골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판매 행사를 열어도 소용없다"며 "별다른 대책 없이 이대로 상황이 악화된다면 생계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수산도매시장에서 '일본산' 팻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본산 가리비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상인들도 기존에 인기있던 일본산 가리비보다는 국내산 홍가리비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 더 꼼꼼하게 원산지를 확인하고 어패류 구매는 기피했다. 회를 포장한 C(43) 씨는 "원산지를 상인에게 재차 물어볼 수밖에 없고 일본산 가리비도 찝찝해서 구매하지 않았다"며 "수산물을 안먹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원산지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일본산을 외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산시장을 방문한 D(50) 씨는 "객관적인 수치로 예상 피해를 따져야 하는데 지금은 감정적 접근이 많이 앞선 것 같다. 근거 없는 소문은 상인,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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