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㊻ 멸종 50년, 돌아온 황새

황새 복원 프로젝트로 연구실에서 태어나 야생으로 나온 황새(천년기념물 제199호)가 최근 충남 예산군 황새마을 둥지탑에 둥지를 틀고 새끼 부화했다. 종일 먹이를 나르던 어미 황새가 해질 무렵 둥지를 지키고 있다. 단독 번식 습성을 가진 황새는 둥지 간 거리가 1~4km에 이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황새 복원 프로젝트로 연구실에서 태어나 야생으로 나온 황새(천년기념물 제199호)가 최근 충남 예산군 황새마을 둥지탑에 둥지를 틀고 새끼 부화했다. 종일 먹이를 나르던 어미 황새가 해질 무렵 둥지를 지키고 있다. 단독 번식 습성을 가진 황새는 둥지 간 거리가 1~4km에 이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수컷
수컷 '화해' (A10·왼쪽)가 먹이를 구해오자 둥지를 지키던 암컷 '덕황'(B10·오른쪽)이 바로 사냥에 나서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수컷 황새
수컷 황새 '화해' (A10)가 새끼들에게 위해 사냥한 먹이를 게우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마을 어귀 높은 나무에 둥지를 트는 황새의 습성을 고려해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마을 들판위에 설치한 둥지탑. 새끼를 부화한 황새가 둥지를 지키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마을 어귀 높은 나무에 둥지를 트는 황새의 습성을 고려해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마을 들판위에 설치한 둥지탑. 새끼를 부화한 황새가 둥지를 지키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3년 전 황새마을에서 태어난
3년 전 황새마을에서 태어난 '청정'(B76.암컷)이 지난해 6월 3일 의성 안계들을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예산에서 방사된 황새 4마리가 지난달 30일 창녕 우포늪 무논에 날아와 먹이를 찾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예산에서 방사된 황새 4마리가 지난달 30일 창녕 우포늪 무논에 날아와 먹이를 찾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황새마을.

이른 아침, 아빠 황새(A10·화해)가 먹이를 구해오자

둥지를 지키던 엄마 황새(B10·덕황)가 반겨 맞습니다.

오붓한 재회의 시간은 겨우 10여 초.

눈인사가 무섭게 엄마는 또 사냥에 나서고

아빠는 보채던 새끼들에 먹이를 게워 내밉니다.

한반도에 텃새 황새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목격된 '최후의 황새부부'가

밀렵에과 농약 중독에 희생된 지 반세기 만,

1996년 '황새 야생복원 프로젝트' 시작 20여 년만입니다.

문화재청 지원으로 한국교원대가 복원에 앞장서고

예산군이 황새공원을 유치해 땀을 쏟은 덕입니다.

현재 자연속에 살고 있는 복원 황새는 모두 61마리.

이 중 49마리는 야생에서 번식한 후손들입니다.

이 황새부부도 모두 연구실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훈련을 거처 몇 해 전에 야생으로 나온 녀석들입니다.

지난해 짝을 맺고 이 마을에서 둥지를 틀 더니

올해도 같은 집에서 새끼를 다섯이나 부화시켰습니다.

복원 황새들은 고향인 예산과 서해안을 오가며 살지만

멀리 중국(4마리)과 대만(1마리)에도,

지난해엔 의성 안계들(1마리)에,

올해는 우포늪(4마리)과 달성습지(1마리)도 찾았습니다.

단독생활을 즐기는데다 영역권이 넓어

한 마리도 보기 힘든 귀한 손님입니다.

황새가 돌아온게 무슨 대수냐구요?

황새공원이 들어선 후 마을도 많이 변했습니다.

"어릴적 농약을 치면 개구리도 쫙쫙 뻗어지요"

황새를 살리자며 주민들은 농약을 싹 버렸습니다.

첫 해, 병충해가 들끓어 벼농사를 망쳤습니다.

손해도 컷지만 친환경 보조금으로 버텼습니다.

화학 비료 대신 유기농 비료를 쓰고,

무성한 풀은 제초제 대신 우렁이에 맡겼습니다.

수년을 이렇게 버티자 땅심이 슬슬 살아났습니다.

논에 지렁이, 개구리, 메뚜기가 돌아왔습니다.

수확량도 점점 늘어 기존의 80%까지 올라왔습니다.

기대 만큼 성에 안차 낙담하는 주민도 없지 않지만

109 ha에서 친환경 쌀을 생산하는 자부심도 큽니다.

황새마을 일대에는 앞으로 5년간 176억을 더 들여

생산,도정, 판매까지 친환경 '황새쌀'을 브랜드화 해

황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마을로 가꿀 계획입니다.

옛날, 배산임수의 확 트인 논 습지를 즐겨 찾고

둥지도 꼭 마을 어귀 큰 나무를 골라 틀어

금슬은 물론, 공동육아의 진수를 자랑하던 황새….

황새가 '무공해 쌀' 브랜드로, '친환경 생태마을'로

마을 사람들에게 되갚을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 사육장에서 야생 적응 훈련중인 복원 황새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 사육장에서 야생 적응 훈련중인 복원 황새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무농약에 유기농 비료를사용해 친환경 벼를 재배하는 황새마을 들판.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무농약에 유기농 비료를사용해 친환경 벼를 재배하는 황새마을 들판.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농가에 보급된 유기농 비료. 주민들은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받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농가에 보급된 유기농 비료. 주민들은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받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들판에 설치된 U자형 콘크리트 농수로. 용수 공급엔 효율적이지만 갈수기때 생태환경엔 치명적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들판에 설치된 U자형 콘크리트 농수로. 용수 공급엔 효율적이지만 갈수기때 생태환경엔 치명적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황새마을 들판 일부구간에 보존한 자연형 농수로. 미꾸라지, 물고기 등이 논으로 이동하기 좋은 자연형 수로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황새마을 들판 일부구간에 보존한 자연형 농수로. 미꾸라지, 물고기 등이 논으로 이동하기 좋은 자연형 수로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