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7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버스승강장. 퇴근길에 오른 뇌병변 장애인 천종열(46·대구 동구 율하동) 씨는 1시간이 훌쩍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천 씨의 직장에서 집까지 거리는 8㎞. 비장애인에게는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전동 휠체어를 탄 그가 저상버스로 이동하기까지는 이보다 두 배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천 씨의 활동지원사 장원익(57) 씨는 "퇴근 시간에 승객이 가득 차면 버스에 탑승하지 못해 퇴근 시간이 무한정 길어지기도 한다"며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울퉁불퉁한 인도 위를 한참 지나야 해 아찔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대구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이 도입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은 외면받고 있다.
◆저상버스 이용 장애인 여전히 힘들어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48.9%로, 전체 시내버스 1천531대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장애물이 많은 정류소가 꼽힌다.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승차하려면 발판(리프트)을 펴야 하는데, 장애물 탓에 리프트를 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 씨는 "불법 주정차가 있거나 차도와 인도 간의 높이 차가 큰 정류소는 저상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저상버스의 리프트가 안정적으로 인도에 닿아야 휠체어를 타고 승차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눈 앞에서 버스를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교통약자 승차 예약 서비스'도 실효성이 부족하다. 이 서비스로 전 정류소와 전전 정류소의 시내버스를 예약할 수 있지만, 예약한 뒤 정류소 출발시간이 20여 분밖에 남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겐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
◆나드리콜 이용 가능 대수도 부족
장애인 전용 콜택시인 나드리콜도 문턱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이용객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대기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나드리콜 평균 대기시간은 17분 31초다. 휠체어를 타는 이용자의 경우 평균 대기시간이 27분 32초까지 늘어났다.
이용 가능한 대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나드리콜 차량은 모두 408대지만 이 가운데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특장차는 150대에 그친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퇴근하려고 나드리콜을 불렀다가 1, 2시간 가까이 기다린 적도 있다"며 "갑작스레 나드리콜을 이용할 경우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 난감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조한진 대구대 장애학과 교수는 "현재 대구시의 법정 저상버스 대수가 충분치 않아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구의 나드리콜도 장애인뿐 아니라 여러 취약계층이 탈 수 있다보니 수요에 크게 못미친다. 바우처 택시로 노인과 장애인 이용자를 분리하고 있는 서울시처럼 대구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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