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를 사이코패스가 잡는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이야기 설정은 자못 도발적이다.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악으로 악을 응징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우스'의 최란 작가는 무엇을 위해 이런 도발적인 스토리를 쓰게 된 걸까.
◆먹구렁이를 물어뜯는 쥐의 은유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는 한 애니멀 테마파크 파충류관에서 먹구렁이를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아이가 먹이를 주는 입구로 쥐 한 마리를 집어넣자 아이들은 곧 벌어질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다 무서워 도망친다. 하지만 홀로 남아 그 광경을 보는 아이의 눈에는 놀라운 반전이 벌어진다. 허망하게 죽을 줄 알았던 쥐가 거꾸로 먹구렁이를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한 것. 이 반전의 광경은 무얼 은유하려 했던 걸까.
드라마가 중반 정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우스'는 이 첫 장면이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은유한다는 걸 드러낸다. 다시 되돌려 그 첫 장면을 보면, 그 쥐의 머리에 작은 절개선이 보인다. 즉 그 쥐는 뇌 이식을 통해 공격성을 갖게 된 쥐다. 그래서 포식자인 먹구렁이 앞에서 도망치기는커녕 거꾸로 공격하는 것.

이 쥐로 은유되는 드라마 속 인물은 바로 정바름(이승기) 순경이다. 길에서 곤경에 처한 약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바르고 선하게 살아가는 인물. 그런데 그는 사이코패스인 성요한(권화운)과 격투 끝에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어떻게든 정바름을 살리라는 국민적 여론에 의해,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서고,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로 체포되어 무기수로 복역 중인 뇌수술의 권위자 한서준(안재욱)이 뇌 이식 수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정바름의 뇌에 이식된 뇌가 다름 아닌 사이코패스 성요한의 뇌이다. 구사일생으로 깨어나게 되지만 정바름은 점점 성요한의 뇌에 잠식당하기 시작하며, 잔인한 사이코패스의 본능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정바름은 이 본능은 멈출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고, 어차피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면 마땅히 죽어야할 자들을 처단하겠다는 선택을 한다. 물론 또 다른 반전이 있을 수 있지만.
아마도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미국드라마에서는 단박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을 게다. 바로 '덱스터'다. 미국의 케이블채널 쇼타임에서 2006년부터 방영되어 2013년 시즌8로 마무리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젊은 법의학자이자 혈흔분석가이지만 연쇄살인마를 사냥하는 소시오패스 덱스터 모건이다.
잔인하게 토막내어 살인자들을 사냥하는 소시오패스지만 지적이고 유머감각도 뛰어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형사물들이 많은 미국드라마에서도 그 독특한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우리에게도 과연 이런 설정의 드라마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수위 높은 해외드라마들이 익숙해지면서 19금 드라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변화된 상황 때문이었을까, '마우스'는 이 수위 높고 자극적인 스토리를 과감하게 가져왔다.

◆작가의 기획의도와 소환된 가해자들
중요한 건 이 자극적인 스토리가 그저 자극만을 위한 자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우스'는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의 이유를 기획의도를 통해 밝히고 있다. 최란 작가는 2017년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 재판정에 출석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한 "우리 막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고인이 알았으면 합니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이 이처럼 지워지지 않는 고통과 상처 속에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전혀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아파하지도 않는 그 상황에 대한 '분노'로 인해 이 작품을 쓰게 됐다는 것. 작가는 '타인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죄책감, 동정심, 측은지심, 후회 같은 감정 자체도 없고 그래서 참회나 속죄 자체를 기대할 수 없다며, 그래서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이들이 고통을 느끼고 속죄하는 걸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것이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가 탄생하게 된 이유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밑그림에 깔고 있어서였을까. 드라마는 우리네 사회면을 뜨겁게 달구었던 충격적인 사건들의 가해자들인 조두순이나 이춘재 같은 가해자들을 다시금 소환해낸다. 물론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기업,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사전 고지와 함께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허구다. 하지만 그 허구 속에 등장하는 가해자들은 누가 봐도 현실 속의 그 가해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성폭행범으로 검거되었다가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비교적 짧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강덕수(정은표)라는 드라마 속 인물이 소환시킨 건 지난해 12월 12일 출소한 조두순이다. 출소하는 날 교도소 앞에서 벌어진 출소 반대시위 장면들 역시 현실과 드라마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물론 현실은 다르지만, 드라마는 출소한 강덕수가 그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아이를 타깃으로 성폭행을 하려는 사건을 보여준다. 그리고 뇌 이식을 받고 살인 본능을 감추지 못하게 된 정바름은 피해자가 당했던 방식 그대로 강덕수를 처단한다.
다음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사건은 이른바 '수성연쇄살인사건'으로 바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이춘재를 드라마 속으로 소환한다. 무고하게 범인으로 몰려 오랜 세월 수감생활을 한 피해자와 뒤늦게 붙잡힌 진범의 안타까운 사연은, 드라마 속에서는 복역을 마치고 나온 진범이 정바름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되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놀라운 건 이 정바름이 저 가해자들을 처참하게 처단할 때, 알게 모르게 뒤에서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와 함께 살인범을 추적하는 고무치(이희준) 형사, 강덕수의 피해자였던 오봉이(박주현) 그리고 '셜록홍주'라는 프로그램의 최홍주PD 같은 인물들은 "죽어도 싼 이들이 죽은 것"이라며 은근히 이 살인에 공모한다. 일종의 피해자들의 연대를 통해 이 부조리한 사법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기와 이희준의 재발견
좋은 캐릭터를 만나면 배우도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마우스'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에게 일가족을 도륙당한 채 복수를 위해 앞뒤 안보고 달려드는 열혈형사 고무치 역할의 이희준과, 본래 바르고 선한 인물이었지만 뇌 이식으로 사이코패스가 되어가는 정바름 역할의 이승기는 바로 그걸 입증해준 배우들이다.
범죄스릴러의 손에 땀을 쥐는 추격전과 두뇌싸움으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이희준이 초반 드라마의 동력을 만들어냈다면, 중간 이후부터 뇌 이식 후 사이코패스의 욕망과 바른 삶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치열한 갈등을 연기하는 이승기가 그 주도권을 이어받았다.

특히 워낙 바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이승기는 바로 그런 면 때문에 '마우스'의 캐스팅 자체가 신의 한 수가 된 면이 있다. 그 누구도 그가 사이코패스 살인자라는 걸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뒤로 가면서 그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그 반전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결국 이 작품을 통해 이승기는 이제 바른 청년의 이미지에만 머물던 배우가 아니라, 그걸 깨고 새로운 가능성이 충분한 배우로 거듭난 셈이다.
'마우스'는 19금 범죄스릴러로서 지금껏 등장한 그 어떤 드라마들보다 자극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주제의식과 기획의도가 자극적 장면들의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많아질 19금 드라마들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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