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말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부분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종합 검증' 역할을 맡은 시중은행이 매우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능력과 위험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거래소의 검증 책임이 은행에 주어진 셈인데 거래소 검증에 대한 책임이 부과되는 만큼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도 지게 될 가능성있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은행권의 분위기로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통해 5∼6개 거래소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상담을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솔직히 본격적으로 위험 평가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이 열악한 업체들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해당 거래소에서 사고가 터지면 '투자자들은 은행과의 거래를 믿고 투자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길 수 있다"며 "은행이 단순 판매 책임이 아니라 보상 책임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가상화폐 투자가 과열되자 정부가 뒤늦게 18일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방침까지 발표한 만큼 은행이 느끼는 부담과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9월 말까지 실명계좌를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다면 실명 계정 확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해당 거래소는 가상화폐를 원화로 바꾸는 거래 시장을 열 수 없기 때문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정확히 모두 몇 개인지 통계조차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100여 개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하지만 실명계좌를 갖춘 이들 거래소 역시 다시 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금융업계에서는 9월말 이후 살아남을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 자리수'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가 의도한 개정 특금법의 취지 중 하나가 은행 평가를 통해 잠재 위험이 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구조조정'이었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도 대대적 거래소 구조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