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인상파 화가의 연인들

빈센트 반 고흐 작
빈센트 반 고흐 작 '별이 빛나는 밤에' 1889년 유화, 캔버스에 유채, 73.7x92.1cm

인상파 화가의 연인들

구활 미술에세이/수필과비평사 펴냄

어머니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에드가 드가는 이후 금욕주의자이자 독신주의자가 됐다. 정작 그의 그림에는 발레리나, 서커스 크라운 등 예쁜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성적으로는 여자를 싫어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부인은 세 살 연상으로 혼전에 아이를 낳은 미혼모였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는 판사였던 마네의 친부였다. 가히 콩가루 집안이자 막장 가정인 셈이다. 모네는 예쁘고 날씬한 아내가 영양결핍에 자궁암으로 앓아 눕자 한집에 살던 아줌마와 옆방에서 사랑놀이를 벌이곤 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했던 여인은 매춘부였다. 그것도 각각 아버지가 다른 다섯 아이의 어머니로 젊지도 예쁘지도 않았다고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첫 여인은 23세 동갑내기 유부녀로 이 시기에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은 그의 입체파 회화의 시작이 됐다. '키스'란 작품으로 세계 정상급 화가에 오른 클림트는 누드모델로 세운 귀족부인을 한 번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죽자 14명의 여인들이 아이 하나씩을 앞세워 유산 소송을 벌였다.

예술과 여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 그것이 일시적 욕망의 분출이든, 영혼의 이끌림이든 간에 어쨌든 세기적 천재라는 예술가 치고 '뒷담화 세계'에 한 가닥 이야깃거리를 남기지 않은 이가 드물다.

책의 내용은 인상파 화가들의 사랑놀이를 포함한 성적 판타지를 요약한 평전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화가와 모델들의 삶은 좋게 말해 너무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어서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재미가 쏠쏠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많은 미술사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화가들이 어떤 여인을 사랑하고 어떤 여인을 무책임하게 차버렸는지, 또 첫눈에 반한 여인을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책 속 글은 한 편 한 편 재미있는 단편소설이자 어떤 글은 여운을 길게 끌고 가는 긴 소설과 닮았다. 게다가 언론인 출신이자 수필가인 저자가 글을 이끌어 가는 솜씨는 마치 사랑방에서 재담꾼이 만담을 펼쳐놓듯 상상력과 재미를 담보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저자의 해학 넘치는 재치는 서문부터 남다르다. 뭔 말 인고 하니 "바이러스 쓰나미를 피해 인상파 화가들의 꽁무니만 쫓아 다녔다. 책 속의 글들은 읽어도 별로 배울 게 없다. 배울게 없는 것을 교훈으로 삼으면 본전이 넘는다. 코로나 시대에 본전이 넘으면 크게 남는 장사다"라고 쓰여 있다. 311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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