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마' 김태현 사과, 믿지 말라…법정 최고형 처벌" 피해자 유족 靑 청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어머니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에게 피해자 유족들이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김태현 살인 사건(노원 세 모녀 살해)의 피해자 유족으로서 가해자 김태현에 대한 엄벌을 통해 국민 안전과 사회정의가 보호받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김태현 사건 피해자의 유족이라 밝힌 청원인은 글에서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이 무참히 희생된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이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참혹한 심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청하기 위해 어렵게 청원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저희 동생(어머니)은 어린 두 딸이 2살, 4살 되던 해에 남편을 잃고 아빠의 부재가 삶에 흠이 될까 자신에겐 인색했으나 딸들은 부족함 없이 키우느라 온몸이 부서져라 일했다"며 "덕분에 본인은 물론 두 딸도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긍정의 아이콘으로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아름답게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사건이 발생했던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 중 하루였다. 그 아름다운 삶이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의 손에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며 "동생과 조카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면서 느꼈을 공포와 슬픔을 생각하면, 목이 메이고 숨이 막혀오듯 먹먹해 몇 시간이고 눈물만 흐른다"고 호소했다.

특히 청원인은 가해자 김태현에 대해 "조카를 3개월 넘게 스토킹했다. 사람 죽이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범행에 쓸 무기를 슈퍼에서 훔쳤으며, 경동맥을 정확히 찔러 세사람을 차례로 살해했다"며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의 시신 옆에서 이틀이나 태연하게 먹고 마시며 죽은 사람의 지문을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태현의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말을 부디 '반성'이라고 인정하지 말아 주시라. 이 행동과 태도는 진정한 반성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아니다"라며 "그동안 밝혀진 수 많은 증거들을 토대로 행해진 죄에 합당한 엄벌이 선고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로 사회에 복귀하여 다시금 유사 범죄라도 저지른다면, 피해자의 유족으로써 가만 있었던 저희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김태현은 죽는 날까지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어야 하며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받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 전문.

저희는 소위 '노원 세 모녀 사건'으로 불리는 가해자 김태현의 살인사건 피해자 중 어머니의 형제자매들입니다. 언론에서는 '노원 세 모녀 사건'으로 말씀하시나, 이를 들을 때마다 가족들의 마음이 무너집니다. 가해자의 이름을 따서 '김태현 사건' 등으로 지칭되기를 희망합니다.

저희 유족들은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이 무참히 희생된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이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혹한 심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청하기 위해 어렵게 청원 글을 올립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바와 같이, 저희 동생은 어린 두 딸이 2살, 4살 되던 해에 남편을 여의고, 이후 20여 년 동안 오로지 두 딸을 밝고 건강히 키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았습니다. 아빠의 부재가 삶에 흠이 될까 경제적 어려움이 그늘이 될까, 자신에겐 인색했으나 딸들은 부족함 없이 키우느라 온몸이 부서져라 일했습니다. 덕분에 본인은 물론 두 딸도, 동료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긍정의 아이콘으로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아름답게 살았습니다. 조카들은 모두 대학까지 진학해 본인들의 적성을 찾아, 각각 동물병원과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하며 자신들의 길을 성실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했던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 중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삶이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의 손에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가해자 김태현은 저의 조카를 3개월 넘게 스토킹하였습니다. 김태현은 사람 죽이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범행에 쓸 무기를 슈퍼에서 훔쳤으며, 사람의 목 깊숙이 있는 경동맥을 정확히 찔러 결국 세 사람을 차례차례 살해했습니다. 부검의와 법의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살해 방법과 정확도가 직업이 의심스러울 정도다.'라고 말입니다. 가해자 김태현은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의 시신 옆에서 이틀이나 태연하게 먹고 마시며 죽은 사람의 지문을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을 집행하시는 모든 분들과 국민 여러분! 카메라 앞에서 준비한 듯 마스크를 벗고 태연히 발언하였던 김태현의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말을 부디 '반성'이라고 인정하지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또는 어떤 다른 그릇된 의도에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김태현의 위와 같은 행동과 태도는 진정한 반성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아닙니다. 그동안 밝혀진 수 많은 증거들을 토대로, 이제는 법정에서 가해자 김태현이 얼마나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살인자인지가 철저히 확인되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또 다른 제2, 제3의 범죄가 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행해진 죄에 합당한 엄벌이 선고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동생과 조카들이,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면서 느꼈을 공포와 슬픔을 생각하면, 목이 메이고 숨이 막혀오듯 먹먹하여 몇 시간이고 눈물만 흐릅니다. 저희 유족은 사랑하는 딸의 주검을 마주했을 동생과, 엄마와 동생이 무참히 살해된 장면을 목격했을 큰 조카를 떠올릴 때마다 이들이 겪었을 아픔, 절망감, 분노가 느껴져 바닥을 치고 가슴을 때리며 참담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생과 조카들이 겪었을 고통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이렇게 국민 여러분께 글을 전하는 이유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로 사회에 복귀하여 다시금 유사 범죄라도 저지른다면, 피해자의 유족으로써 슬퍼하기만 하며 가만히 있었던 저희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 사건 가해자 김태현과 같은 잔인한 살인자는 죽는 날까지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저희 유족의 생각만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난 25일부터 분노를 함께해 온 국민 여러분의 공분과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대신하여, 저희는 김태현이 반드시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받기를 간곡히 청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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