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우리는, 조금 과장해서 표현해보자면,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는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일례로 스마트폰이 개발되고 4G 시대가 열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G 시대가 도래하였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가늠하기 힘들 만큼 지금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비단 세상이 바뀌는 속도뿐만 아니라,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생활 역시 정신없을 만큼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다반사라고 느껴진다. 모든 일에 '빨리빨리'를 외치는 일과 시간은 물론, 밤늦은 시간에도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인터넷 주문 한 번으로 다음 날 새벽 현관문 앞에서 받을 수 있다. 간단한 행정업무도 집에서 인터넷으로 빠르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빠른 세상 안에 서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독일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처음 독일에 도착하여 하나둘씩 적응해 갈 무렵이었다. 관공서에 간단한 서류 하나를 제출하려고 하더라도 약속시간을 잡고 오라는 그들의 당연한 일상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그 기다리며 오고 가는 시간이 낭비라고 느껴졌지만 생활 전반이 조금 불편한 듯 느린 듯하면서도 일정하게 흘러가는 속도로 돌아가니 어느새 나의 일상에도 여유가 흘러들었던 것 같다. 마트에 가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도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게 되었고, 대부분의 절차에 약속시간을 먼저 잡고 기다리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졌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학교생활에서는 과제와 시험에 쫓기며 바쁘게 사는 와중에도 바깥 일상에서는 주위를 둘러보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얻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처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다 보면 가끔 그때의 느린 일상이 그리울 때가 있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4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다시 신속함과 간편함에 익숙해져 버리다 못해 당연한 듯 '빠름'을 소비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그때의 느린 듯하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던 공기가 그리운 것은, 때로는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따라가기가 버거울 만큼 빨리 돌아가는 요즘 세상이 아쉬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음악용어 중 '안단테(Andante)'라는 단어가 있다. 주로 느린 악장에서 빠르기말로 쓰이는 이 안단테의 뜻을 우리나라에서는 '느리게'라고 단순하게 번역을 하는데 실제 안단테는 이탈리아어 Andare('걷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즉, 걷는 속도 정도로 느리게 연주하라는 것이다. 비록 현대 사회의 우리는 프레스토(Presto, '매우 빠르게'를 뜻하는 음악용어)로 정신없이 빨리 흘러가는 세상에 몸을 싣고 있지만, 가끔은 느릿한 '안단테' 발걸음으로 일상을, 그리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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