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마스터스대회 둘째 날 김시우 프로가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15번 홀에서 퍼트 차례를 기다리던 중 본인의 퍼터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쳐서 샤프트가 손상된 것이다. 앞선 두 개홀에 이어서 계속되는 불운으로 타수를 잃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 규칙은 경기 중 손상된 클럽은 교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시우 프로는 남은 4개 홀을 망가진 퍼터 대신 3번 우드로 퍼팅해야만 했다. 화풀이는 됐는지 모르지만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프로의 모습으로는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골프가 안될 때는 수없이 많은 핑계가 있다. 그럴 때 골퍼의 자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미스샷이 나거나 중요한 순간 홀을 외면하는 골프공을 볼 때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도 에티켓일 것이다. 다만, 가벼운 탄식이나 적당한 아쉬움의 표현은 골프의 흥을 돋는 요소가 된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 오히려 동반자에 대한 배려는 아니다.
골프를 즐기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동반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배려한다면 즐거운 라운딩이 될 수 있다.
가벼운 내기를 꼭 하려는 '승부형', 그늘집에서 즐기는 술과 안주를 더 좋아하는 '풍류형', 자신의 타수와 처절하게 사투를 펼치는 '프로지망생형', 자연을 사랑하고 잔디 밟는 시간을 즐기는 '유유자적형', 골프 치는 자신을 사랑하는 '자뻑형' 등 가지각색이다.
4인이 플레이하는 골프에서 각자가 즐기는 방식은 때로는 다양성으로 인식되며 동반자를 즐겁게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주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날의 동반자들이 원하는 것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골프를 잘 치는 방법이다.
물론, 이제 골프를 시작한 비기너들은 '머리 들지 않고, 몸에 힘 빼고, 스윙'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동반자들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이동간에는 열심히 뛰고 자신의 차례가 됐을 때 차분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필자가 골프를 즐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 평소에도 매일 두 시간씩 걷기를 쉬지 않는 습관 탓에 골프를 하는 날이면 숙제를 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동반자와 걸으며 골프에 관한 이야기, 건강에 관한 이야기, 사업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 등 무궁무진한 주제들로 교류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이동간에 주변경관도 즐기고 샷을 준비할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홀마다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 본다.
자주 다니는 골프장이라고 해도 계절마다 다르고 티오프 시간대마다도 다르게 느껴진다. 페어웨이 상태도 체크하고, 러프와 벙커, 해저드, 그린 등 홀 전체를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티샷부터 전략을 짜보는 것이다.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골프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티박스에 오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세 번째, 동반자의 잃어버린 공을 함께 찾는다.
동반자의 미스샷을 안타까워하며 산이나 풀숲으로 사라진 골프공을 잠깐이라도 함께 찾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릴 적 보물찾기 놀이 기억도 떠오르고 동반자도 외롭지 않으며 때때로 로스트볼을 찾는 행운도 있다.
이렇듯 골프라는 스포츠를 어떻게 가지고 놀 것이냐는 개개인의 결정이다. 다만, 즐겁지 않다면 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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