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경book 100선

도서관 여행자를 위한 추천 큐레이션
2018년부터 3년간 대출 정리…횟수 많은 교재·수험서 제외
학생들에 읽히고 싶은 책 포함…오늘날 관심 분야·주제 지표

경북대도서관이 2020년까지 3년간 상위 대출목록을 정리한
경북대도서관이 2020년까지 3년간 상위 대출목록을 정리한 '경book 100선' 전시 모습.

나이가 들면서 요즘 애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 아마 내가 그 요즘 애였을 때 나를 보며 누군가도 그렇게 말했을지 모르겠다. 요즘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정말 궁금해질 때면 학생들이 대출대 위에 올려놓는 책들의 제목을 유심히 보거나 그들이 펴 놓은 책장을 흘낏 들여다본다. 학생들이 읽는 책은 그들의 면면만큼이나 다양하다.

최근 경북대도서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상위 대출목록을 정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경book 100선'을 선정했다. 대출 횟수가 많더라도 강의 교재나 수험서인 경우에는 목록에서 제외하고, 현장 사서들이 우리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추천도서로 꼽은 책은 대출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라도 목록에 포함시켰다. 현재 이 도서들은 경북대도서관 1층 로비에 전시돼 있으며, 도서관을 찾는 많은 시민들과 대학구성원들은 전시돼 있는 책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고 관심이 생기면 자료를 찾아 바로 빌려 읽어볼 수 있다.

경book 100선을 훑으며 거창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생각하게 됐다. 지금의 학생들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한편, 여전히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 도스토예프스키와 정약용을 읽는다. 이 도서 목록에서 역사의 연속성과 진보를 읽는다면 요새 애들 말로 너무나 '에바'겠지만 학생들이 여전히 같은 것을 읽고, 또 그 위에 새로운 것들을 덧읽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뭉클했다. 책을 통해 이전의 역사와 지식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고, 또 새로운 지식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100권의 목록을 분야별로 정리해 보니 학생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가 일목요연했다. 학생들은 한국 문학 작품 외에도 미국, 일본, 독일, 체코 등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읽고 있었다. 문학 작품 중에서는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시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덜 읽는 듯했다. 그리고 경book 100선에는 '당신이 옳다'(정혜신), '신경 끄기의 기술'(마크 맨슨), '자존감 수업'(윤홍균) 등 심리학 도서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 답을 책을 통해 찾으려 한 흔적일 것이다.

경book 100선은 현재 우리 학생들이 어떤 주제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소중한 지표이다. 이 목록은 요즘 애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한 나 같은 요즘 어른들에게도 흥미로운 참고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현장에서 직접 책을 다루는 사서들의 추천도서가 포함돼 있다는 것도 의미 깊다. 해마다 무수히 많은 책이 출간되고, 한 해에 경북대도서관에 들어오는 책만 해도 적지 않다. 경book 100선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헤매는 학생들을 위한, 경북대도서관 사서들의 큐레이션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책이 귀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책 말고도 즐길 텍스트는 넘쳐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 역시 다양해졌다. 그러니 구태여 요즘 애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질책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도서관에 잠시만 머물러 보면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대출했던 책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간조차 벌써 모서리가 둥글다. 이 책들은 경book 100선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질 테고, 그들의 손을 타 더욱 둥글어질 터이다.

박명남 경북대 사서

경북대도서관이 2020년까지 3년간 상위 대출목록을 정리한
경북대도서관이 2020년까지 3년간 상위 대출목록을 정리한 '경book 100선'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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