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야시골공원에 '터널 통학로' 뚫자?…기상천외한 案

대구MBC~범어초, '데크 통학로''터널 통학로' 갖가지 묘수
학생들 등하굣길 위험 부적합…첫 단계부터 '공원 훼손'검토
1.2km 우회 통학로 잠정 결정…일대 주민들은 불법주차 걱정

대구MBC 부지 일대에서 범어초교로 향하는 통학로 1.2㎞ 개설을 놓고 온갖 방안이나오고 있다. 21일 오후 범어동 야시골공원으로 진입하는 나무 데크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
대구MBC 부지 일대에서 범어초교로 향하는 통학로 1.2㎞ 개설을 놓고 온갖 방안이나오고 있다. 21일 오후 범어동 야시골공원으로 진입하는 나무 데크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MBC 부지 일대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추진과 관련, 행정기관이 통학로 확보를 위해 야시골공원을 관통하는 터널 조성 등 기상천외한 방안을 짜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MBC 인근에 있는 야시골공원은 19만8천여㎡에 이르는 도심공원으로, 2019년 범어시민공원에서 야시골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21일 수성구청 등에 따르면 대구MBC 부지 및 인근에서 범어초교로 향하는 통학로를 고안하던 중 구청 내부에서는 ▷야시골공원을 직선으로 통과하는 '터널 통학로' ▷공원을 둘러싼 '데크 통학로' ▷공원을 둘러 보·차도를 구분하는 통학로 개설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구청 관계자는 "최단거리 통학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방안이 나왔고 터널, 데크 통학로는 안전상의 이유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도심 내 대표 대형공원이자 인근 주민들의 쉼터가 훼손될 뻔한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애초 개발을 착수하는 단계부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작했어야 하는데, 첫 단계부터 훼손을 이야기해 아쉽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잠정 결정된 방안은 1.2㎞에 달하는 야시골공원을 우회하는 통학로.

하지만 이 또한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곳은 평소 도로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들이 즐비한 곳인데, 구청은 향후 보·차도를 구분한 통학로로 정비하면서 도로 한 쪽으로만 노상주차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주민 A씨는 "향후 도로 한 편으로만 노상주차장이 생긴다면 기존에 길 양쪽으로 주차를 하던 주민들과 사무실 관계자들이 갓길에 불법주차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은 "통학로 정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실시설계 이후 결정된다"며 "일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 설립을 시행사와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대구MBC 부지 인근에 주상복합 아파트 설립을 추진하는 지역 건설업체는 이 같은 통학로 개설 방안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3년 전부터 개발 사업을 준비했고 학교 문제만 해결되면 승인이 될 상황이다"며 "우리가 추진 중인 아파트 쪽에서는 법원 쪽 대로변을 따라 범어초교까지 이어진 기존 길을 이용하는 게 공원을 둘러 가는 것보다 더 가깝다. 사업 승인이 나더라도 매도청구, 변경승인 등 남은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관련 행정기관은 조건부 승인이라도 조속히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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