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격증 시험비만 月15만원…'구직비 부담' 취준생 한숨

외국어·자격증 시험, 학원에다 면접까지…물가 인상에 응시료 올라 '울상'
토익 응시료 다음달부터 4만8천원으로 3천500원 올라
지자체·대학 차원 지원 필요

21일 대구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전소연 인턴기자
21일 대구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전소연 인턴기자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A(29)씨는 자취하면서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이다. A씨는 한 달 생활비 80만원 중 월세와 식비로 65만원을 쓰고, 나머지 15만원은 자격증 시험비용으로 사용한다. 학원 수강료는 별도로 구하고 있다.

A씨는 "토익 스피킹 시험은 한 번에 응시료 5만원가량이 필요한데, 벌써 다섯 번이나 응시하다보니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벌써 졸업한 상황에서 가족에게 손을 벌리기도 미안해 얼마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토익 등 갖가지 시험과 자격증 응시료가 오르는 데다 학원 수강료와 면접비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일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공인어학성적인 '토익'(TOEIC) 정기시험 응시료가 내달부터 4만4천500원에서 4만8천원으로 7.8% 인상된다. 응시료 인상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필수 어학시험으로 꼽히는 토익 스피킹과 오픽의 응시료도 각각 7만7천원, 7만8천100원에 달한다. 이들 어학시험은 대부분 원하는 점수를 한 번에 얻기 어렵다보니 여러 차례 응시해야 한다. 게다가 2년이면 유효기간이 끝나 취업할 때까지 재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취준생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

취준생 B(27) 씨는 "원하는 성적을 맞추려 매달 토익 시험을 보는데 다음 달부터 응시료가 올라 당혹스럽다"며 "코로나 탓에 인턴 등의 기회도 줄어 하는 수 없이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에 매달리는데, 이마저도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학원료와 면접비 부담도 크다. 아나운서를 준비 중인 C(25) 씨는 "발성, 호흡 등 실기시험 학원은 4, 5개월에 300만~450만원 정도 든다. 면접을 보러 서울에 가면 한 번에 10만~15만원이 필요한데, 취업 준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한숨지었다.

지자체나 대학들이 응시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안양시는 오는 5월부터 만 19~39세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연 1회 토익 응시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앞서 청년기본소득제를 시도한 나라는 청년 대부분이 등록금이나 자기계발에 지원금을 썼다"며 "경제적 문제로 자기계발 기회를 차단당하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지자체나 대학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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