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는 정리의 법칙

'인생 정리', '마음 정리'

자녀의 정리 정돈에 만족스러운 부모님이 계신가요? 벗어둔 옷 정리, 빨랫감은 빨래통에 넣기, 책상 정리하기 등 부모들이 반복적으로 잔소리하는 영역인지 모릅니다. 어른들 중에도 물건을 과도하게 사다 모으거나, 필요는 없지만 버리지 못해 물건을 곳곳에 쌓아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누가 버린 물건들을 집안으로 들여와 온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뉴스를 접할 때도 있지요. 부모든 자녀든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이지영의
이지영의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 드립니다' 표지

◆일상의 공간에서 행복 찾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안 인테리어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공간 재배치를 통해 살고 있는 집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연 신청자들은 이전과 달라진 집안 모습에 감탄하며 때론 감격해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았던 물건들이 깔끔히 정리되고 재배치되는, 일련의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하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집안 정리 정돈은 여성(아내 혹은 엄마)의 몫, 집안일 혹은 비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간 전문가, 공간 컨설턴트, 공간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전문가에게 물건의 정리 수납과 인테리어를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지영의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 드립니다'는 공간 전문가로서 의뢰인의 공간을 컨설팅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어수선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에 안 드는데 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많다고 합니다.

전문가는 단순히 물건을 정리 수납해 주는 게 아니라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고려합니다. 가족 구성원의 일상을 관찰하고, 취향을 발견해 의뢰인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궁극적으로 행복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비워야 할 물건이 많다는 건 후회와 불안이 많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집착과 미래의 걱정이 쌓이면 짐 더미에 갇혀 사는 인생이 됩니다.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도 못하며 충실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우리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예민하게 아는 것에서부터 물건을 대하는 내 태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책 속 사연 중 어느 의뢰인은 소위 엘리트에 외모, 재력, 명예를 갖췄지만 뜻밖에도 자살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순간 아파트 난간에 서 있다가, 문득 자신이 뛰어내린 후 사람들이 모두 올라와 어수선한 집을 볼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그래서 공간 컨설팅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유품을 정리해 두자는 생각으로 전문가에게 의뢰합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이 180도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고 고백합니다. 이렇듯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인생을 정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삶을 되찾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가키야 미우의
가키야 미우의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표지

◆물건 정리는 마음 정리에서 시작

이런 정리 전문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일본소설, 가키야 미우의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책과 제목이 유사합니다. '물건을 자꾸 사거나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청소해주는 정리 전문가의 활약상'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오바 도마리는 유명 정리 전문가인데, 단순히 청소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인생 상담을 통해 심리적 영역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합니다. 말끔한 외모의 젊은 여성이 쓰레기 집에 살면서 물건을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 부인과 사별한 후 일상을 영위하기 힘겨워진 목어 장인, 외지의 자식들이 집에 모이는 날을 기약하며 오래된 물건을 끌어안고 사는 노부인, 자녀를 잃은 슬픔에 집안 살림에 손을 놓아버린 주부 등 4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물건이나 주변 정리가 사람의 심리 부분과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내 공간도 이런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싶다는 생각, 우리 집을 정리하려면 내 마음의 심리적인 부분부터 들여다보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자녀와 함께하는 현재 나의 공간, 우리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공간 전문가에게 상담하듯 자신과 자녀의 마음을 더듬어 헤아려보면서 공간과 주변을 가꾸어 보면 어떨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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