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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 '외국인 노동자' 잡기 일당 올리는 대구 농가들

코로나19로 국내 인력 부족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 유입길 막혀
돈 더 주는 곳으로 일터 옮기는 기존 외국인 노동자 붙잡으려 안간힘
새로운 인력 데려오고 싶지만 자가격리비만 140만원…서로 눈치만

대구 동구 서호동의 한 채소 농장 농장주가 홀로 일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동구 서호동의 한 채소 농장 농장주가 홀로 일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동구 반야월 인근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이정순(49) 씨는 곧 깻잎 수확을 해야 하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깻잎 수확엔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 탓에 비숙련 인력을 마구잡이로 구할 수도 없다. 얼마 전엔 외국인 노동자 3명을 채용해 수확 교육을 했지만 최근 보수를 더 준다는 농장으로 모두 가버린 탓에 인력을 다시 구해야 할 처지다.

이 씨는 "국내 인력을 쓰고 싶지만 사람이 없을 뿐더러 거의 80대가 대부분이라 작업 속도가 느려 물량 감당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돈을 더 주더라도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을 수밖에 없지만 코로나19로 국내에 들어온 인력이 없을뿐더러 기존 인력마저도 인건비를 올려주지 않는 이상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고 말했다.

대구 농민들이 봄철 파종기와 수확기를 앞두고 외국인 노동자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인력 부족은 물론 신규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어려운 데다 기존 외국인 노동자마저 타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기존 외국인 노동자를 붙잡아보고자 다양한 설득 방법을 고안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구의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당이 높은 강원도 고랭지로 이동하면서 일당을 더 주거나 그동안 함께 일한 '정'을 내세워 보기도 한다.

동구에서 채소 농사를 짓는 A(69) 씨는 "원래 외국인 노동자 8명을 고용했는데 강원도 고랭지로 떠나서 현재는 4명밖에 없다. 이들마저도 일당을 더 올려주겠다고 설득해 겨우 붙잡았다"고 말했다.

인력사무소 등의 '중개업자(일명 브로커)'가 외국인 노동자를 시급이 더 높은 곳으로 옮겨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적잖다. 이에 농가들이 서로 인력을 빼앗기지 않으려 계속 인건비를 올리는 등 농가끼리의 경쟁만 심해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서 농사를 짓는 B(66) 씨는"코로나19로 판로가 막혀 적자에 시달리지만 인력이 없으면 아예 농사를 엎어야 하기에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인건비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며 "외국에서 새로운 인력을 데려오고 싶지만 자가격리비로 약 140만원을 지불해야 해 이 또한 만만찮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국내 인력을 농가에 지원해주는 '농촌 고용 인력지원 사업'을 실시했지만 아직 신청자는 전무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국비와 농협중앙회 지원을 받던 해당 사업을 올해는 시비를 투자해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등록된 인원이 170명으로 이 중 50명 정도는 한 번 정도만 일을 한 사람이다"며 "개인당 교통비 명목으로 5천원씩 지원을 해주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지원자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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