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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 빠져드는 2030세대…"사치 아니라 '샤테크'라구요"

MZ세대 ‘영끌’로 화끈하게 산 명품, 프리미엄 붙여 되팔기도
비쌀 수록 ‘특별하다’ 인식, 유명인 소유 제품 사서 ‘동류’ 되려는 인식도

롯데백화점 대구점 1층 명품관
롯데백화점 대구점 1층 명품관 '구찌' 매장.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지난달 대구신세계 샤넬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오픈런 고객들. 매일신문 DB

코로나19로 '보복소비'가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명품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 브랜드 한정판을 구할 수만 있다면 백화점 앞에서 밤 새워 줄설 수도 있고,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를 통해 '신상'(신상품) 판매 정보, 새로운 점포 오픈 소식 등에 촉각을 기울이기도 마다 않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돈을 만들어 남이 쉽게 갖지 못하는 것을 손에 넣는 일에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고, 후속 모델 신상이 출시하거나 쓰던 것에 질리면 미련 없이 중고 시장에 판매한다. 중고 시장에서도 깨끗한 중고 명품을 살 수만 있다면 언제든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작년 국내 명품 매출 125억, 대구는 전년 대비 17% 신장

최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하던 지난해 국내 가방과 지갑, 주얼리, 시계 등 명품 매출이 125억520만달러(지난해 평균환율 기준 14조9천960억원)에 달했다. 전년의 125억1천730만달러(15조120억원)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액수다.

이와 달리 같은 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은 전년(3천544억달러)보다 19% 감소한 2천869억달러였다. 코로나19도 한국인의 남다른 명품 사랑만큼은 채 꺾지 못했던 셈이다.

글로벌 명품 매출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 대다수 국가에서 크게 감소했다. 미국 경우 839억8천700만달러에서 652억3천400만달러로 22.3% 급감했다.

세계 2위 시장인 중국(294억1천100만달러→380억5천500만달러)과 대만(71억7천200만달러→75억5천600만달러) 등 일부 국가에서만 매출이 증가한 모습이다.

한국의 글로벌 명품 시장 매출 비중은 2019년 8위에서 지난해 독일(138억9천500만달러→104억8천700만달러)을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5위 영국(146억달러), 와 6위 이탈리아(145억달러)와의 격차도 크게 좁혔다.

품목별로는 가방, 지갑 등 가죽제품(3조8천450억원→3조9천340억원)과 보석류(2조3천500억원→2조3천620억원) 등 패션 액세서리로 눈에 띄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의류(4조5천930억원→4조5천470억원)와 시계(1조560억원→1조470억원) 매출은 다소 줄었다.

10대 명품 브랜드에 해당하는 샤넬, 루이뷔통, 구찌,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 매출은 4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대구 유통업계에서도 명품 매출이 대폭 늘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점포 매출이 전년 대비 대체로 역신장한 가운데도 명품 매출은 5.0% 플러스 신장했다. 특히 올해 들어 3월까지 명품 신장률은 17.1%에 달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2%나 뛰었다. 전체 매출액 대비 월평균 명품 매출 비중도 15%에 달했다.

대구신세계 경우 지난해 연말부터 에르메스, 샤넬을 잇따라 입점하며 대구 뿐 아니라 전국 각지 큰손의 '입점 첫날 줄서기' 행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명품 인기가 유독 큰 것은 '해외여행 금지'에 돈쓸 곳이 가로막히자 다른 소비처를 찾아 돈을 쓰는 '보복소비'가 폭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국내 가구수의 30%인 700만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보복소비가 더욱 활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한국 명품시장은 고액 자산가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탄탄한 소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 최근엔 2030 젊은층이 과거보다 폭발적인 구매 빈도를 보이면서 명품 소비가 왕성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대구신세계 샤넬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오픈런 고객들. 매일신문 DB

◆MZ세대 주력 소비층으로…리셀에 거리낌 없는 청년들

최근의 명품 시장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 해당하는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 자산가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명품 소비층이 청년층까지 확대된 것은 물론, 그 소비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작년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의 비중은 각각 10.9%와 39.8%로 50.7%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30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2018년 38.1%에서 지난해엔 46%로 커졌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경우 최근 1년 새 20대, 30대의 1인당 명품 소비 단가가 각각 전년보다 10만원, 20만원 올라 각각 150만원, 200만원으로 늘었다. 10대 객단가도 30만원 오른 110만원에 달했다.

청년층 명품 소비가 활성화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억제 분위기에 더해, 이들이 '리셀'(Resell·중고 등으로 되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층에서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서 쓰다가 질리면 되파는 중고거래 문화가 더욱 활성화한 데다, 한정판 명품 경우 자신이 원래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프리미엄까지 붙여 팔 수도 있어 투자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어 선호한다.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 명품 업계 1위로 꼽히는 샤넬 제품을 샀다가 팔아 이윤을 남기는 '샤테크'(샤넬+재테크)이 당연시되는 것도 청년층에겐 그 자체로 놀이이자 투자이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명품을 '사치품'으로 생각지 않고 과감히 구매하는 현상을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와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를 들어 설명했다.

베블렌 효과란 비싸거나 고급인 물건일 수록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이른다. 또 파노플리 효과란 특정 상품을 소유했을 때 그 제품을 쓰는 집단·계층과 동류가 된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이른다.

곽 교수는 "젊은 세대는 유명 연예인이 입는 옷이나 신는 신발을 사면 마치 그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너무나 행복해 하고, 큰 성취감과 고양된 자존감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명품 소비 트렌드가 외연을 더욱 넓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수현 롯데백화점 대구점 해외패션 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고 있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명품 등 고가상품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고 홍보해 가치 소비를 선호하는 지역민을 만족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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