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중학교 3학년 어버이날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글을 씁니다.
초등학교 시절 큰집 마당에서 공을 차며 이리저리 뛰면서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저희 집안은 할아버지 덕분에 모든 가족이 넉넉하고 여유롭게 잘 살았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암으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기둥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진다는 말이 있듯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큰고모, 작은고모, 큰아빠 모두 힘든 시기를 겪으셨습니다. 우리 집 또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다들 자영업을 하셨다가 IMF를 겪으면서 문을 닫고 운영을 못 하게 됐습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경기도 안양에서 제주도로 이사했습니다. 그때부터인지 아버지가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되었고, 결국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해에 두 분은 이혼을 하셨습니다.
이후 경북 구미로 이사를 하면서 저는 쭉 어머니와 둘이 살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빚이 있으셨는지, 이혼하면서 어머니도 떠맡게 된 빚이 생겨 버렸습니다. 그 빚을 갚으면서 저를 키우시는데에도 벅찬 어머니는 공장에서 최저시급을 받으시면서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열심히 일한 보상인지 어머니는 그 공장에 반장으로 진급을 하셨고, 어머니덕분에 저도 그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혼 후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돈을 빌리는 모습이 우연히 알게 됐고, 그런 모습을 몇 번씩 볼 때마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조금씩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미움도 시간이 지나니 결국 그리움으로 변했습니다. 아버지는 제주에서 중식당을 하시며 살아가셨지만, 힘드셨는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당시에는 무책임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니 안타까운 부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고 괴로웠으면 힘든 선택을 하셨을지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덧 아버지의 일곱번째 제사가 다가왔습니다. 아버지 제사를 지낼때마다 저는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거라고 항상 마음 속으로 기도합니다. 열심히 살아온 어머니와 저의 삶에 좋은 기회들이 찾아오면서 승승장구했습니다. 이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께서 테니스 코치, 헬스 코치, 사냥 등 활발하게 움직이는 활동을 많이 하신 것처럼 저도 취미 생활이던 춤 추기를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아버지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전 세계를 다니며 대회에 출전하고, 방송도 출연했습니다. 지금은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들 어느 곳에서든 자랑하셔도 될 정도로 잘 살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다 보니 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우면서도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2년 전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 식당에서 먹었던 짬뽕이 그립습니다. 그땐 언제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짬뽕이 이제는 먹지 못하는 추억이 됐습니다.
반대편 세상에서는 혼자 외롭고 힘들게 지내지 마시고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네요. 다음 생에 저와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꼭 잘 보살펴 주세요. 다 같이 손도 잡고 함께 맛있는 밥도 먹으면서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낳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아프지 않고 잘 살겠습니다. 편안히 가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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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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