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문재인 정권은 선거를 전후해 반성문을 쏟아냈다. 1년 전 총선에서 180석을 준 국민의 뜻이라며 오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부동산이 폭등하고, 서민 경제가 무너지고, 고용 참사를 빚어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박박 우기던 모습이 일순간 사라졌다. 선거를 앞두고 세가 불리하자 "국민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당의 상징이 된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면서 또 고개를 숙였다. 그토록 정책 과오를 인정하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조차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선거에 참패하자 '민심은 옳고 우리는 부족했다'며 거듭 반성문을 냈다. 여당 초선 의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 생각한 것'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후보를 내지 않았어야 했다'며 철 지난 후회를 했다.
하지만 잠시였다. 그뿐이었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던 조국의 통찰은 적확했다. 선거를 전후해 '국민이 든 회초리를 맞겠다'던 청와대와 여당이 다시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부동산 정책 전면 재검토를 외치던 목소리는 급격히 사그라들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어렵게 자리를 잡아간다"는 말이 나온다. "더 이상 부동산 관련해서 씰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시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니 '패닉 바잉'으로 부동산 폭등을 부채질한 임대차 3법 손질은 쏙 들어갔다. 종부세 완화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진다. 청와대는 불편한 침묵을 이어간다. 해체 수준으로 혁신하겠다던 LH에 대해선 신도시 개발 권한을 그대로 가진 맹탕 혁신안을 내놓았다.
선거 후 반성문을 냈던 초선 의원들도 당 쇄신안을 내면서 정작 부동산과 조국 문제는 쏙 뺐다. 새로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는 '협치와 개혁 중 선택하라면 개혁'이라며 다시 개혁을 들먹인다. 계약서 한 장 없이 거액의 나라 세금을 축낸 김어준 씨에 대한 퇴출 여론이 따가운데 여당이 일제히 '김어준 귀한 줄 알라'고 감싸고 드는 것도 그대로다. 언론 탓, 검찰 탓, 심지어 20대 청년 탓도 원점을 맴돈다.
인적 쇄신 의지도 체감하기 어렵다. 노골적 정권 편향성을 드러내다 기소 위기에 몰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려는 미련조차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김학의 출국 금지 사건에도 연루된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주말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끄떡없다. 2012년 문 대통령의 대선 자금 마련 펀드에 8억 원의 통 큰 투자를 했던 이상직 의원이 550억 원의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나는 불사조다.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 정권은 1년 전 총선 압승 후 오만을 경계하자 하고선 실제론 오만의 극치를 달렸다. 이번이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정책은 그대로고 변화 조짐도 없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한 조국은 이렇게 덧붙였다.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를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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