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차기 검찰총장 인선 기준과 관련,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했다. 29일로 예정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나온 박 장관 발언은 내용·시기에서 매우 잘못됐다.
검찰청법에는 "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사를 대표하는 검찰총장의 최고 덕목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수 있는 인물이 총장으로 적합하다. 이를 무시하고 박 장관은 청와대 참모나 정부 각료 인선 기준이 될 수 있는 대통령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을 총장 인선 기준으로 들먹였다. 대통령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는 총장 자질과는 거리가 멀다. 박 장관이 교묘한 언사로 포장했지만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총장으로 임명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는 데 급급한 총장은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박 장관 발언이 나오자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서 수사 외압 의심을 받아 기소가 유력한 인물이다. 총장 후보가 되는 것조차 용납이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추천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박 장관이 차기 총장에 코드 인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 지검장을 총장 후보에 포함시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차기 총장은 문재인 정권과 관련된 수사를 놓고 정권과 갈등을 빚다 사퇴한 윤석열 전 총장 후임자다. 정치적 중립성에 시비 소지가 있는 인물이 총장이 되면 야당 반발은 물론 국민 저항을 초래할 게 뻔하다. 대통령 선거를 고려해서라도 정치적 중립성이 차기 총장의 제1 인선 기준이 돼야 한다. 박 장관 발언으로 중립성을 갖춘 인사가 총장 후보로 추천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게 됐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무리하게 총장으로 임명해 정권의 방패막이로 삼는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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